자신의 집에 누군가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에 외출을 할 때마다 수십 번 씩 문이 잠겼는지를 확인하느라 늘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손에 뭔가 더러운 것이 묻어 이로 인해 질병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손을 씻는다.

강박사고란 괴롭고 불합리한 사고로,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혹은 행동을 말한다. 어떤 면으로는 이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피해 보려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불안,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더 큰 불안감만 가지게 된다.

강박행동은 손씻기, 정리하기, 확인하기 등과 같은 반복적인 의식을 말한다. 이런 의식을 반복할 때는 일시적인 긴장의 감소를 느끼지만 그런 의식을 반복을 통해 만족감이나 일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는 느낌을 가지지는 못한다.

강박장애의 증상은 소아기, 10대나 초기 성인기에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겉으로 바로 드러나지 않고 초기에는 잘 숨길 수 있기 때문에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숨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질환(정신분열병이나 우울증)과 함께 있어 과소 진단되어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소아의 경우 부모들이 아이에게 불안 증상이나 우울증이 있다는 것은 비교적 알기 쉽지만 그 기저에 강박장애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강박장애는 치료하지 않고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다가 만성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초기에 정확히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그렇다면 강박장애는 왜 걸리는 것일까? 예전에는 좋지 않은 가정환경, 성격결함의 문제라고 말해왔지만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의 특정 부분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강박장애에는 세로토닌이라는 뇌 안에서 신경세포간의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 또한 뇌의 기저핵과 전두엽이란 부분의 대사율이 증가되어 있는데 이것이 강박장애 환자에게서 반복적인 행동, 경직된 사고 등을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강박장애는 뇌의 장애이기 때문에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하면 호전될 수 있다.

약물치료는 대개 2-3개월 이상 복용하면서 약물의 유효성을 판단해야하며, 행동치료는 ‘노출과 반응예방’의 방법으로 환자에게 자신이 두려워하는 대상이나 생각에 상상으로나, 직접적으로 노출되게 한 후에 이전에 하던 강박반응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도록 하면서 서서히 올라가는 불안을 조절해보도록 훈련을 시킨다. 이 경우 치료가 잘 되면 환자는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이 서서히 줄어들며, 오랜 시간 동안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도 잘 지낼 수 있게 된다.

한편 다음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 강박장애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집을 나갈 때나 잠 잘 때 가스렌지는 꺼졌는지, 문은 잠갔는지 수십 번 반복해야 안심이 되는 사람, 더럽고 오염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손을 씻거나 샤워를 하는 사람, 지속적으로 물건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경우, 자신의 신체적인 결함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는 사람, 어떤 숫자는 행운의 숫자이고 어떤 숫자는 불행의 숫자라고 생각해서 반복적으로 이 생각에 얽매이는 사람등이다.

/ 청주의료원 신경정신과장 김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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