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짓겠다, 개발하겠다, 확충하겠다, 유치하겠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공약(公約)을 쏟아낸다. 달콤한 말로 유권자를 현혹했던 공약은 선거 후 실체 없는 공약(空約)이 돼 버린 모습을 숱하게 보아왔다. 정치인들 '공약'의 공이 빌공(空)라는 조롱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도지사·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들 중 반만이라도 실천됐더라면 대한민국의 모습은 현재와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21대 총선이 끝났다. 당선자도, 낙선자도 마음을 가다듬고 일상에 복귀했다. 국민들도 선거열기를 식힌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남아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당선인들의 약속, 즉 공약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각종 공약들이 쏟아졌다. 작은 약속부터 정부의 대규모 예산을 따오겠다는 야심찬 공약까지 각양각색이다. 당선인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국민들을 보듬어 준다는 약속들이 주를 이뤘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야 구분도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는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공약을 쏟아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여든, 야든 모두가 지원을 약속했다. 지원방법, 규모, 시기 등 각론은 달랐지만 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겠다는 총론은 같았다.

4·15총선 직후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정부·여·야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역시나 하는 실망감이 크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당장 먹고살기 힘든 계층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긴급지원'이라는 의미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민생당 등 3당의 원내대표가 회동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와 범위 등을 논의키로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소득하위 70%지급 대신 모든 국민 100%지급'으로 공약했다. 통합당도 총선 과정에서 황교안 전 대표가 '전 국민 50만원씩 지급'을 주장, 여야 모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주는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듯 보였다. 그러나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에서 전 국민 지급 기류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고 있으며 정부도 민주당의 100%지급에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국민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총선 공약인 긴급재난지원금은 빌공자 공약(空約)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갔다. 대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약마저 이 모양인데 지역의 소소한 공약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공약은 후보자가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하는 공적(公的)인 약속이다. 개인 간의 약속을 뛰어넘는 사회나 지역이 포함되는 관계인 것이다. 더구나 공약은 지역의 현안과 지역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바람도 크다. 이러한 공약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그러기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당선인은 자신의 임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자신의 공약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실행 가능성을 확인해 추진해야 한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유권자도 이제 선거가 끝났다고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공약이 이뤄지고 있는지, 허황된 공약은 아니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4년 뒤 다시 돌아오는 총선에서는 공약(空約)으로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후보가 발붙일 수 있는 여지를 주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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