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전부터 쌍방향 학습플랫폼 수업연습·변수 예측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청주 양업고등학교에서 1학년 영어담당교사인 이소영 교사가 21일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쌍방향 온라인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청주 양업고등학교에서 1학년 영어담당교사인 이소영 교사가 21일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쌍방향 온라인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양업고등학교는 3월 23일 온라인 개학을 하겠습니다."

충북 청주 양업고등학교 장홍훈 교장의 이 같은 파격적인 선언에 교사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되레 고개를 끄덕이며 교장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 생소한 온라인 개학에 따른 원격수업을 다른 학교보다 서둘러 진행하는 부담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시점이었다. 양업고 역시 다른 학교보다 보름 가량 이른 온라인 개학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원격수업을 결정하기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이뤄진 철저한 준비, 시행착오를 거친 수많은 연습,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 예측,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본 경험, 발빠른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선제적인 온라인 개학 결정 이후 양업고는 우선 학습 플랫폼을 선택하는 데 집중했다. 카카오라이브, 구글 행아웃, 줌, MS 팀즈, 시스코 웹엑스 등 무료 학습 플랫폼 11개가 후보군에 올랐다.

일일이 직접 사용한 결과, 쌍방향 원격수업 플랫폼인 '줌(ZOOM)'으로 결정했다. 학생들이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우선시했다.

원격수업 플랫폼을 선택한 뒤에는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양업학생협력단'을 꾸려 실제 '줌'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화질과 음향, 공유 문제점을 개선했다.

교사들이 학습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점도 만만치 않았다. 이 역시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교사들이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하거나 녹화를 할 때 많이 쓰는 프로그램 'OBS 스튜디오', 온라인 강의에 최적화된 판서용 소프트웨어 '아이캔노트' 등의 활용법을 교사들에게 미리 교육했다. 신입생 40명을 포함해 전교생 120명의 학생들에게는 스마트기기로 원격수업을 듣는 연습을 수없이 시행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 간 존재하는 원격수업 환경, 교사 간 플랫폼 활용 및 콘텐츠 제작 능력 격차 등을 최대한 좁혔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양업고는 지난 주까지 '줌(ZOOM)'을 이용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고집해왔다. 다른 학교들이 쌍방향 수업을 기피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모니터에서 얼굴을 마주보는 쌍방향 수업을 진행해야지만 학생들의 적극성과 참여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이은 쌍방향 수업에 따른 교사와 학생들의 피로도는 블록 타임제(교과 내용이나 수업 방법에 따라 수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를 도입해 해결했다.

이처럼 양업고가 완벽한 원격수업을 구현할 수 있었던 데는 나재준 교감의 지원이 결정적이다. 나 교감은 20년 전 음성 매괴여자중학교에서 지구과학 담당교사로 재직 시절 때 원격수업 자료를 만들어 공유한 경험이 있다.

2000년 충북도단재교육연수원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엑셀 활용법을 원격강의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 때부터 농축된 나 교감의 온라인 수업 노하우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시대를 맞아 양업고에서 발현하게 된 것이다.

나 교감은 최근 청주공고와 충북생명산업고, 충북체고 등에 양업고의 온라인 개학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나 교감은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보다 교사들의 준비가 더 철저해야 합니다. 수업에 대한 안내와 리드 등이 부족함 없는 준비를 통해 완벽히 구현돼야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한 효과성이 높아집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미래교육은 온라인 수업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온라인 개학이 콘텐츠 개발과 운영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3학년 국어담당 정수연 교사는 "온라인 개학 전부터 학습 플랫폼 활용법과 콘텐츠 제작 팁 등을 부단히 익혀 큰 부담없이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며 "다른 학교보다 미리 준비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것이 완벽한 온라인 수업을 전개할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