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 충북도 제공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 충북도 제공

4·15총선 이후 표를 노린 선거활동으로 인해 여러 분야에서 정치적인 잣대가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결국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시작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긴급재난지원금도 그렇고, 위성비례정당들의 교섭단체 문제도 그렇다. 그나마 이들은 여러 주장과 논의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심지어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에도 정치를 개입시키려 한다. 지금 전남 등 일부지역에서 평가기준 등을 문제삼으며 과열을 조장하고 있는 방사광 가속기 유치가 바로 그것이다.

총선이라는 것이 막대한 정치권력이 걸린 일이다 보니 정치적 목적 내지는 정치적 잣대에 따른 이런저런 공약이 난무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선거후에도 몸살을 앓게 된다. 합리적 기준과 선거때의 시각이 같다면 모르겠지만 선거를 통해 주목받는 사안이라면 대부분 이와는 동떨어진 것들이다. 또한 선거가 아니더라도 제기될만한 주장들이 표심을 겨냥해 등장하는 수도 있다. 지역적 관심사이거나 숙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정도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문제는 도를 넘은 주장,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과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것들이 곧잘 나타나 풍파를 일으키곤 한다는 것이다.

오는 5월7일 입지선정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방사광 가속기란 단어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만큼 오랫동안 충북도에서 공을 들여온 덕분이다. 그렇다고 어거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주변 연구시설, 산업체 이용 가능성 등 활용 정도는 물론 지층대 등 부지 안전성, 전국적 접근 등 지리적 여건, 지자체 지원계획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후보지들을 압도한다. 이같은 평가 또한 주관적이지 않고 대학 등 학계와 관련 산업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라면 청주로의 입지는 당연하다 하겠다.

그렇지만 최근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총선과정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엉뚱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야단법석이 난 적이 있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전남의 정치적 노림수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런 맥락에서 확정된 평가기준의 타당성 등을 문제삼는 발언은 정치적 잣대의 개입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정상적인 기준으로는 안되니까 평가의 판을 뒤집어 비집고 들어갈 틈을 벌려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지역의 민주당 압승이 뒤를 받치고 있다.

입지선정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확정된 평가기준의 타당성을 운운하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 자체를 무시하는 일이다. 벌서부터 뒷탈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더구나 방사광 가속기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1조원의 사업비도 대단하지만 신산업을 여는 토대이자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산업계 기반을 새롭게 다지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들 분야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게 확인된 바 있다. 어느 곳을 봐도, 어떤 것을 따져도 정치적 잣대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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