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칼럼] 박상준 논설고문

고위 관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장관, 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국회의원을 지내고 낙선한 전직 의원에게 지인이 물었다. "그동안 거쳤던 자리 중 무엇이 가장 좋았나요?". 전직 의원은 "따져볼게 뭐있어요. 국회의원이지". 맞는 말이다. 책임질 일 없고 온갖 특혜를 누리니 국회의원보다 더 좋은 자리를 찾기는 힘들다.

국회의원은 각종 특혜뿐만 아니라 연봉도 빵빵하다. 이번에 당선된 21대 국회의원은 모두 고소득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300명중 151명의 초선의원들은 통장에 찍힌 동그라미 숫자에 다시 한 번 신분상승 한 것을 실감할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8 한국 직업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 연봉은 1억 4052만원으로 평균 소득이 2번째로 높은 직업이다.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직업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대기업 신입사원중 단 0.8%)'는 기업체 고위임원(평균 1억5367만원) 뿐이다.

선진국도 국회의원 연봉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다. 1인당 GDP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4.4배다. 스웨덴(1.76배), 네덜란드(2.15배), 미국(2.9배), 영국(2.61배), 프랑스(2.53배)보다 월등히 많다.

국회의원에겐 혜택도 푸짐하다. 보좌관이 7명이고 45평대의 쾌적한 사무실을 배정받는 등 금배지를 달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무려 20여 가지에 달한다. 국회의원 1인당 7억 원의 이상의 혈세가 투입된다. 이뿐만 아니다. 제 2의 월급인 특수활동비(특활비)도 있다. 20대 국회 예산이 무려 78억5천800만원에 달한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는 비용이다. 하지만 지급내역을 보면 특활비 지급 대상과 관계없는 항목이 다수 발견돼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임기가 4년이니까 한 번의 투표로 국민들이 내는 소중한 세금 28억 원이 한 사람의 국회의원에게 쓰여 지는 셈이다. 그들에게 이런 예우를 해주는 것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가와 지역발전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또 국정을 감시하고 성숙한 대의민주의를 실현해 국가가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상전대우를 받는 것은 임기 4년간 총선에 즈음한 4개월뿐이다. 나머지 44개월은 서민들이 꿈도 꿀 수 없는 혜택을 누리면서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와 이익집단의 눈치 보며 제도개혁과 경제혁신에 제동을 거는 것이 다반사다. 심지어는 해괴한 선거제도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혁신성장의 대표적 아이콘인 타다와 케이뱅크가 모두 국회에서 좌절당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신산업이 태동하면 국회의원들은 싹부터 자른다. 또 민주당은 여당성향의 군소정당과 야합해 양당제를 타파하겠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누더기가 된 선거제도는 다당제 구조를 만든다는 당초 취지에 역행해 외려 양당구조를 강화시켰다.

국회의원이 특혜와 고소득으로 '현대판 귀족'으로 행세할 때 자연·문화해설사(1078만원), 시인(1209만원), 소설가(1283만원), 연극·뮤지컬배우(1340만원), 육아 도우미(1373만원)등은 살인적인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놓고 일회성 이벤트로 알량한 긴급생계지원비 100만원을 국민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이러니 문화융성은 한낱 구호에 그칠뿐이고 국가현안이 된 출산율 저하는 당연한 결과다.

이제 총선이후가 문제다. 코로나쇼크로 인한 경제적 충격으로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IMF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소비·여행·외식·출근·가동·무역 등 일상생활이 정지돼 실물 경제위기가 우려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대량 실업이 발생하면 가계부채 문제도 부각될 것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고문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어깨도 무겁지만 국회도 변신해야 한다. 여전히 '고비용 저효율' 국회라는 말을 듣는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과연 21대 국회에선 고소득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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