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 동물] 김정호 청주랜드 진료사육팀장·수의학박사

청주동물원에 사는 토종반달곰이 통나무로 된 놀이시설에서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청주동물원 제공

뉴욕 브롱스동물원 호랑이의 코로나19 감염이 최근 화제가 됐고, 그 호랑이를 관리하던 직원으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랑이의 증상은 경미했지만 사람과 호랑이 간 전파가 동물원 동물관리에 있어 큰 과제를 주었다. WTO 통계에 의하면 최근 20년 간 사람과 야생동물이 같이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은 75%를 차지한다고 한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개발해 사람이 거주하면서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고 전세계를 하루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의 발달은 이런 전파의 위험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치료보다는 예방이다. 과거 사람 질병 중심의 연구에서 최근 사람, 가축의 질병예방 및 상생을 위해 야생동물(자연환경)을 연구하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이 더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질병 컨트롤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동물원만 보면 서구의 동물원들이 제도가 잘 정비돼 있고, 동물전시를 넘어서 자연서식지의 야생동물 보전과 질병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동물원 역사가 100년이 넘었으나 2016년에야 선언적 의미의 동물원법이 제정됐다. 최근 추세를 보면 앞으로 빠른 속도로 개정돼 사람 코로나19 방역처럼 모범적인 시스템을 갖추겠지만 아직까지 동물원의 인수공통질병 컨트롤은 동물원들의 자구책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10년 전쯤 대만동물원에 연수를 간 적이 있다. 동물원은 미국, 유럽이 선진화됐다고 알고 있었지만 대만동물원의 동물검역과 진료관리 시스템에 놀란 적이 있다. 동물원 내에 들어오는 야생동물들을 검역할수 있는 동물병원이 원내 동물병원과는 별도로 있었고, 검역받는 동물에게 사용하는 CT 등 첨단의료장비들과 동물들이 사용했던 하수가 지하의 거대한 정화시스템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청주동물원에도 2년 전부터 동물검역시설을 마련해 들여오는 동물의 질병을 검사하고 있다. 동물병원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장비로 알려진 PCR(유전자증폭기), ELISA(면역진단) 등 진단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휴장 중인 지금 동물들의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사하고 있다. 과거 동물원들은 작은 공간에 되도록 많은 외국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했다. 좁은 공간은 관람객들과 동물이 가까이 마주하게 돼 상호 질병전파 가능성이 있고, 좁은 바닥은 전시동물의 배설물에 쉽게 오염돼 청소룰 위해 시멘트로 이뤄져 동물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지금 청주동물원은 변화 중이다. 작년에 개선된 우리나라 토종반달곰 전시장은 흙을 밟고 햇살과 비를 맞으며 통나무로 된 놀이시설에서 장난치며 하루를 보낸다. 밤이오면 청주소방서에서 기증해주신 폐 소방호스로 엮은 해먹에서 단잠을 잔다. 단잠을 잔 곰들은 또 하루가 새롭다. 공간이 넓어져 멀찌감치서 관람하는 사람들의 표정 또한 놀이에 신난 곰들을 닯아간다. 동물원 야생동물은 문명에 길들여진 존재지만 야생의 생리와 본능을 가지고 있다.

김정호 청주랜드 진료사육팀장

야생동물은 오래 전부터 인간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왔다. 극복과 사냥의 대상이었기에 당연하다. 적절한 거리두기와 철저한 검역은 동물원 동물의 편안함과 관람환경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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