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코로나가 창궐한 지 3개월을 넘어선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럴싸해 보이는 사진과 글, 영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국민을 우롱하고 힘들게 한다. '북한에 마스크를 퍼주어서 모자란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범람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를 놓고 정부의 외교력을 비난하면서 특정국가 국민의 전면 입국금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늑장 방역과 미흡한 준비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를 않는다. 가짜가 사실인양 호도되고 순박하기 짝이 없는 일부 국민들은 속아서 극단적인 말을 하고 비난에 가세한다. 죄악이다. 공동의 선(善)을 파괴하는 행위다.

비판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일이다. 비판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낸다. 헤켈은 정(正) 반(反) 합(合)의 변증법적 비판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비난은 이성(理性)보다 감정에 의지한다. 좋고 싫고가 기준이다. 그래서 파괴적이다.

갖은 감정적 언사들을 구사하여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근거 없는 사실을 사실인양 덧씌우기도 한다. 비난의 목적은 상대방을 파괴하는 것이다. 비난은 삶은 메마르고 황폐하게 만들 뿐이다. 일상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각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비판인지, 좋고 싫음의 감정적 비난인지 다시 살펴볼 일이다.

14세기 중세유럽, 3년 동안 유럽 인구 중 9천만명 중 4천만이 흑사병으로 죽어나갔다. 인류 절멸의 위기에 전염병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날마다 식탐과 호색을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미 면죄부나 기도의 약발은 떨어진 지 오래였다. 이들은 순간의 쾌락으로 죽음의 고통으로부터 도피를 꿈꾸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맹목적인 신앙으로 환자와 외부인에게 살의를 품고 증오로 무장한 광신적 종교집단도 등장했다. 광장에 속죄양을 내세워 등에 채찍질하며 찬송을 부르기도 했다. 독일의 일부지방에서는 유대인의 피를 요구하며 유대인의 마을을 불태우기도 했다.

또 다른 부류는 쾌락과 증오심 대신 죽음을 앞둔 환자를 끝까지 돌보다가 죽음까지 동행한 고결한 품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절명의 위기에 있는 공동체가 간신히 연명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한 전염병은 오래전부터 인류를 고통스럽게 만들어왔다. 흑사병(페스트)은 중세 유럽인구의 절반가량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또 1차대전 직후(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5천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한다.(National Geographic, 인류멸망시나리오) 최근에도 HIV(에이즈), 사스와 에볼라바이러스, 메르스 같은 신종 질병에 대한 공포가 생생하다. 하지만 페스트, 스페인독감, 결핵, 천연두, 콜레라 등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은 극복되어 왔다.

겨울을 뚫고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청아한 물소리가 골짜기에 빼곡하다. 바람은 이골에서 저 골로 미끄러지듯 유영하며 검게 죽은 나무들의 살갗을 어루만진다. 연녹색(軟綠色) 새싹으로 천지가 개벽할 때쯤, 우린 서로가 서로의 가슴으로 바람처럼 유영할 수 있으리라.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그 날까지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감동의 바람되어 석회화된 가슴, 눈물 훔쳐낼 수 있기를. 그 날이 되면 비난보다 칭찬의 질퍽한 잔치상과 마주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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