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관련법 개정안)' 시행 첫 날인 25일 청주시내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단속 카메라와 제한 속도 안내표시 등이 설치돼 있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운전자들의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철저한 교통법규 준수가 요구되고 있다. / 김용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보행자 교통안전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이 시행 한 달을 맞는다. 법 제정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 법은 지난달 25일 시행이 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이면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됐다.

민식이법은 스쿨존내 교통 안전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사고 운전자 처벌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 등으로 짜여졌다. 이 가운데 바뀐 교통사고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가혹해 과잉 처벌이라는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민식이법에 따른 처벌 정도가 음주운전 특가법 개정안인 '윤창호법'과 같은 수준이어서 책임과 형벌이 비례하는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 스쿨존에서 어린이교통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규정속도 준수 등 과실 여부를 떠나 음주운전 사고와 같은 수위의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보험업계에서도 과잉 처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게재된 개정 청원에 대한 동의가 한달도 안돼 35만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논란의 소지는 진작부터 제기됐다. '민식이법' 국회 표결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한 강효상 의원은 "스쿨존에서 주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고의와 과실범 구분은 근대 형법의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처벌 강화라 입법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다른 범죄에 견주어 너무 지나치게 형량을 높이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민식이법의 또다른 축인 교통안전 강화와 관련해 법 시행후에도 스쿨존에서의 교통법규 위반이 계속돼 운전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충북도내 735곳의 스쿨존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적발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이 2천500건을 넘는다. 과속이 2천362건으로 대부분이지만 신호위반도 190건이나 된다. 도내 스쿨존에서 법규를 지키지 않는 차량이 하루 100여대에 달하는 것이다.

스쿨존에서의 적발은 최근들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다. 단속카메라 설치가 증가하면서 적발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내 스쿨존 가운데 이같은 무인단속장비가 설치된 곳은 단 23곳으로 전체의 3.1%에 불과하다. 700곳이 넘는 스쿨존은 여전히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올해 18곳에 새로 설치하고 123억원이 넘는 예산을 추가배정하기로 했지만 보행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데도 법규위반 차량이 이처럼 많다는 것은 한미디로 안전의식 부족이다.

게다가 교통사고 예방 등 최소한의 범위내에서라도 아이들의 보행안전이 지켜져야 할 스쿨존의 여건은 열악하다.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의 15%(21곳)는 통학로를 마련할 수 없다. 따라서 안전속도 준수 등 스쿨존에서의 안전운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의를 해도 사고를 막기 어려운데 최소한의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과잉처벌로 인해 애꿎은 운전자들이 피해를 봐서도 안되지만 스쿨존만큼은 보행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운전 지대가 돼야 한다. 법의 적정성을 따지기 이전에 안전운전이 먼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