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없는 따뜻한 정으로 지친 마음 위로받았죠"

임정훈 원장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지속적으로 해 나감과 동시에, 재능이 기부되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과 봉사의 신념으로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편집자
 

남을 돕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언제부터 봉사를 해왔나?


-치과대학 학부생 때부터 레지던트때까지 치과대학 내 의료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장애인 복지 시설로 의료봉사를 다녔다. 봉사를 다녀올 때마다 힘든 것보다 오히려 힘든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 받는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군의관 때는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산골 격오지 부대로 치과버스를 타고 진료를 다녔었다. 나라를 지키는 건 똑같은데 격오지 부대의 군인들은 치아가 아파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부대 규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갈 때마다 진료가 꼭 필요한 사람들만 진료를 해도 100명에서 200명 정도의 환자를 혼자 진료 해야 하곤 했다. 격오지 부대까지 가는 길도 멀고 진료할 사람도 많아 힘든 시간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황이 어떻든 신체의 장애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아플 때 안 아프게 해주는 일이 아픈 사람들에겐 제일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경험들이었던 것 같다.

매년 해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개원 후 오래 알고 지내던 선교사님이 10년 넘게 필리핀에서 어렵게 현지인들을 돌보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같은 시기 '코피노'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선교사님도 뵙고 싶고 방송에 나온 것들도 궁금해서 시간을 내어 필리핀까지 찾아갔다. 필리핀에서 서민에 해당하는 대부분이 사람들은 일정한 소득이 없고 빈곤한 생활을 한다는 것과 '코피노'라 칭하는 한국인에게 버려진 한국계 혼혈아들은 그 중에서도 극빈층에 해당한다는 얘기를 현지 가이드한테 듣게 됐다. 또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흙집과 움막 등에서 생활하며 의료의 혜택이라곤 전혀 받을 수 없는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선교사님과 현지 교민의 도움으로 너무 쉽게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활동하는 바탄 지역은 빈곤층의 사람들이 특히 많은 지역이다. 이 지역은 돈 벌이를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아픈 것보다 먹고 사는 게 먼저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지역이다. 충치 치료는 고사하고 아픈 치아 한 개를 치과에서 발치를 하려면 성인이 꼬박 3일 동안 노동을 해서 받는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한다. '코피노'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과 개인적인 인연으로 찾은 곳이지만 바탄 지역의 사람들을 보고 '우리가 필요한 곳이 여기 일 수 있겠다. 필리핀에 첫발을 딛기까지 마음을 움직이게 한 일련의 상황들이 우연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014년 처음 필리핀을 다녀온 이후 예산 지역의 다른 단체와 협력해 의료 봉사 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싶었다. 하지만 접촉한 몇몇 예산지역 단체들이 우리와는 입장이 많이 달라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시작은 이음치과 독자적인 봉사로 계획하고 진행하기로 했다. 첫해엔 의료 봉사를 준비하고 필리핀까지 가서 활동하기가 시간적, 경제적 부담도 컸지만 한 번의 이벤트성 보다는 꾸준한 활동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매년 의료 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바탄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 사람들까지 소식을 듣고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고 이제는 진료를 받은 사람들이 고마움을 직접 표현하기도 한다. 자비를 들여 준비한 쌀과 생필품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통역을 해 주면서 봉사에 직접 참여도 하는 필리핀 한국 교민 가족들도 많아졌다. 우리의 의료봉사가 필리핀 교민들이 함께하는 봉사로 이어지면서 처음보다는 많이 풍성한 봉사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이런 활동이 비록 작은 일이고 조그마한 의미로 시작된 것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가는 필리핀 바탄 지역과 인근 사람들에게는 더 큰 의미가 되어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역 어르신과 소외계층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우리 병원이 현재 모습으로 성장하는데 지역민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산 지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돌려드릴 방법을 생각해 왔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과 진료를 받기 힘든 분들께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어 고심하던 중에 예산군청에서 추천을 받아 환자분이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전체 보철치료까지 해드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작년부터 충남문화재 돌봄사업단과 함께 이 분들에게 무상으로 치과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살균소독액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는데?


-우리 이음치과는 개원 초기부터 진료실에서 외부 세균 유입 차단을 위해 HOCL 살균소독액을 자체 생성 장비로 생산 후 이를 이용해 진료실에 출입하는 모든 환자에게 자동 분사 시스템(전신소독기)을 통해 항시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 취약계층의 사망자도 많아 개인적으로도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방역에 어려움이 있고 전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께 우리 병원에서 사용하는 살균소독액을 나눠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HOCL 생성 장비를 활용해 병원에서 사용되는 1일소요량 외에 60리터씩 매일 추가 생산해 휴대 및 사용하기 편리한 미스트 형태의 용기에 HOCL 용액을 담아 지역의 노인 요양 복지센터 및 노인복지관을 통해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다. 이번엔 지역에 1만개를 나눠드리는 것을 목표로 준비했고 병원에 내원하는 모든 분들께도 무상으로 나눠드리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의료 봉사를 할 수 있는 복지 시설이나 단체를 섭외 중에 있다. 결정이 되면 국내에서도 주말 시간을 이용해 지속적인 의료 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병원이 해외 봉사를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의료 봉사에 관심이 있는 동료 선,후배 치과의사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뜻을 같이 하는 동료 치과의사들과 '의료봉사재단'을 만들기 위해 계획중이다. 우리 병원 독자적인 작은 활동보다 여러 사람의 뜻이 모여지고 합리적인 운영을 한다면 의료봉사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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