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노무현 전 대통령은 힘 있는 연설가이다. '전시작전권'에 대해 연설 중 했던 말이 기억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의 연설이 아직도 깊은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그의 언행이 일치했기 때문이며, 그 논리에 그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4·15 총선이 끝났다. 민주당은 초반 예상을 뒤집고 압승했다. 더불어시민당을 합치면 180석의 거대 공룡이 됐다. 그러나 더블어시민당 17석에 의문이 든다. 미래한국당의 19석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에게 물어보면 더블어시민당은 더불어민주당이고,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이라고 한다. 본당(더블어민주당)과 위성정당(더블어시민당)은 인격이 동일하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번호를 달리해서 따로따로 의석을 챙겼다. 이를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 선거에 적법한 것인가?

경실련 등은 위성정당은 무효라고 대법원에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할 땐 민주적 심사 절차를 거쳐 대의원과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투표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아 후보자 등록이 무효라고 한다. 공감은 하지만 이미 선거가 완료되어 위성정당에 투표를 한 유권자의 선택이 존재하는 한 선거 무효 소송에 대해서는 필자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법인의 형식적 독립성을 관철하는 것이 정의·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 그 법인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되 필요한 한도에서 법인격을 정지시켜 회사와 사원을 동일시하는 '법인격 부인론'이 있다. 판례도 '신의칙(信義則)'에 따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8.9.11. 2007다90982 판결 등). 위성정당으로 비례대표 당선을 인정해 달라는 것은 권리남용이다. 따라서 정당의 법인격을 신의칙에 따라 필요한 한도에서 정지시켜야 한다. 즉 위성정당의 주인인 본당과 위성정당은 같은 당이니 현행 선거법에 따라 연동하여 계산해서 당선을 인정해야 한다. 결과는 더블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의 의석은 확연히 줄고, 소수정당은 의석이 늘게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선거법은 게임의 룰(rule)이다. 각 정당들이 선거에 따른 결과를 이렇게 받아들이자고 한 것이다. 그렇게 약속해 놓고, 국민을 상대로 법률로 공포까지 하고, 게임에 임하자마자 플레이어가 1명에서 2명이 되었다. 본디 현재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태생적 문제가 있으나 그 문제를 만든 장본인인 국회의원들이 핑계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핑계를 넘어 2명은 같은 사람이라고 온 동네 광고를 하고 다녔다. 이게 제 정상은 아닐 것이다.

이런 반칙을 인정하면 앞으로 정의와 공정은 바로 서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상식이 통하는 민주주의 국가임을 증명해야 할 때이다. 통합당은 보수라면 다수에 의해 정해진 룰은 지켜야 하고, 민주당은 진보라면 정의와 공정을 지키고자 애쓰는 가식적인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선관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의석을 다시 계산하여 당선 유무를 확인해야 하며, 더블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스스로 당선증을 반납해야 한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보수를 대변하든, 진보를 대표하든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진실성을 갖추고 나서야 한다. 본인들이 법률로 제정·공포한 것도 지키지 않으면서 수 많은 공약은 남발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침을 말해 주고 싶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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