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청권 4개 지자체가 하나가 돼 추진한 2030 아시안게임 공동유치가 시작도 못하고 좌절됐다. 문화체육부가 유치전 참여의 관건인 의향서 승인을 거부해 무산된 것이다. 이를 주도한 충북을 비롯해 충청권이 지난해부터 1년 넘게 공들인 세월이 순식간에 허망해졌다. 문체부는 이를 반려하면서 유치계획의 보완을 주문해 신청한 충청권 4개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유치 계획이 승인거부에 이른 과정을 보면 정치적 입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이유가 개입됐다면 중앙정부의 딴지에 충청권이 놀아난 셈이다.

문체부는 유치의향서 승인거부 이유로 대회개최 준비부족을 내세웠다. 결국 유치추진 무산의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준비단계부터 문체부에서 충청권 공동유치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유치 의향서 제출단계에 맞지 않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제출 시한 직전에서야 보완을 요구한 것은 대회유치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속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 배경에는 '2032 서울평양올림픽 유치'가 있다는 설명이 붙으면서 설득력을 가진다. 유치활동에 방해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대회와 관련된 그동안의 문체부 '갑질'도 얘기된다.

이번 충청권의 아시안게임 유치계획은 이미 대한체육회의 실사를 거쳐 지난 10일 대의원총회의 후보도시 확정 절차를 마쳤다. 실무 기관에서 유치전에 나서는데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문체부가 추후 논의와 대책마련이 가능한 경기장 신축비 등과 선수촌 숙박 등의 문제를 걸고넘어진 것은 트집잡기다. 아예 유치가 불가능하다면 모를까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들로 트집잡는 것은 다른 의도 때문이다. 이를 무마하기 위한 문체부의 변명은 촉박한 심사기간이다. 통상 국제대회 승인 심사에 석달가량의 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심사에 필요한 시간 등을 따진다면 애초부터 문체부에서 이 대회유치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어야 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개최지 후보공모 공문을 보낸 것이 지난 1월이니 실제 시한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대한체육회에서 한달여간 이를 검토하고 시·도체육회의 신청을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문제를 삼은 것이다. 따라서 촉박한 심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일 뿐이다. 보통 8년전쯤에 이뤄졌던 대회유치 공모가 느닷없이 2년 앞당겨진 것을 감안하면 되레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였어야 한다.

물론 대회부지와 비용 등 충청권 4개 시·도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국제대회 특성상 면밀한 분석이 있어어야 한다는 것도 맞는 얘기다. 앞으로 이어질 비슷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조가 미흡했던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충청권의 도전이 다소 무리였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싹도 피우지 못하고 추진의지가 꺾인다면 후유증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그 책임을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려움속에서도 도전하려는 그 의지가 짓밟혀서는 안된다. 그것이 정치적인 까닭이라면 더더욱 그리돼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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