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등 뒤에서 빛이 나는 듯하다. 사랑의 에너지가 자신들도 모르게 밖으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인지 보는 이에게도 달달한 기쁨을 준다. 행여 놓칠새라 두 손 꼭 잡고 걸어가는 사랑 가득한 젊은이들의 어여쁜 모습을 보면 흐뭇한 엄마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인륜지대사 혼례를 치룬 신랑 신부의 첫날 밤. 손가락에 침을 묻혀 전통 격자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신방을 훔쳐보던 우리네 풍속이 있다. 신부는 꼼작 않고 오매불망 신랑이 들어오기까지 기다린다. 족두리를 벗겨주고, 옷고름을 풀고, 묶인 치마 매듭을 뒤에서 풀어주는 신랑 신부의 모습을 하하 호호 엿보던 첫날밤 '엿보기'는 우리 민족의 오랜 풍습이었다.

때로 신부를 훔쳐간 도둑이라며 마른 명태로 신랑의 발바닥을 때려 원기 회복을 자극하는 신랑 다루기로 처가집 식구들과 빨리 친숙한 관계가 되도록 장난스러운 의식을 치루기도 했다. 신랑 달음이 끝나면 신부 집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신랑과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홀로 기다리는 새색시와 신랑을 배려해 절대 깊은 밤(삼경)을 넘기지 않은 철칙이 있었다 한다. 조상들의 슬기와 배려가 담긴 아름다운 모습이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훔쳐보기를 통한 즐거움으로 행복한 마음을 나누는 대리만족을 누렸던 것이리라.

같이 숨 쉬고 함께 가슴 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도하며 이상형을 그리고, 자신을 미래를 준비하던 딸아이가 사랑에 푹 빠졌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온통 서로가 서로와 24시간을 함께 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엄마 아빠는 아침저녁 딸아이의 출퇴근을 돕고 식사와 잠자리를 해결해 주는 보호자로 자리매김 할 뿐 그 안에는 사랑하는 이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기부왕 성공투자자인 워런버핏이 "내 인생의 전환점은 인생을 함께 걸어갈 아내 수전를 만난 것"이라 하였듯 만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가 평생 행복을 결정 할 수 있는 우선순위일 것이다.

이경영 수필가
이경영 수필가


오랜 친구가 어느 날부터 서툰 사랑을 시작하는 운명적인 연인이 되어 알콩달콩 서로를 알아가는 진지한 만남이기에 미더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내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라면 엄마는 다 좋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보내 주신 귀한 선물이니 나는 무조건 며느리 편"이라 말씀하시는 시어른 되실 분들의 인품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제 서서히 엄마 품에서 떠나보낼 채비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사랑으로 가득한 이 두 사람 인생에 항상 행복한 시계만 돌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힘이 되어주고 지지해주고 격려 해 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이 되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리라. 두 사람 마음이 하나되어 그 예리함이 쇠도 끊을 수 있는 이인동심(二人同心)이 된다면, 때로 힘겨운 일이나 역경이 올 지라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청춘의 시간을 만끽하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엿보기로 시나브로 그들의 사랑에 전염되어 소소한 기쁨을 함께 누리고 있는 행복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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