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노동운동'은 근로자의 권익을 지켜주는 큰 역할을 해왔다. 과거 억압과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을'을 위한 노동운동은 대중적 지지를 받았지만, 노동단체가 거대 세력으로 정치 지향성을 나타내고 '갑'으로 군림하려는 태도는 시민들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현대 성숙한 사회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권리가 완전히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쇠파이프와 화염병, 각목 등을 동원한 폭력 시위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 처음부터 '흉기'를 소지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의도된 폭력'은 더욱 그렇다.

청주지역에서 대형 건설현장을 조성하고 있는 건설사의 한 임원은 "건설노조 때문에 아파트 사업을 못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수십년 사업을 해왔지만 지금과 같은 고비용 구조는 처음 겪는다는 하소연도 한다.

특히 청주, 대전, 세종 등 충청권 주요 택지개발지구와 LH아파트 단지 건설현장의 건설노조들은 서로 자기 조합원을 고용하라며 현장에서 시위를 벌인다.

대형 확성기를 틀어가며 인근 주택에도 소음공해를 준다. 건설노조의 무리한 일자리 요구로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것은 발주처인 공공기관이나 원도급업체인 대기업이 아니다. 원도급사에게 하도급을 받는 전문 건설회사들이다. 공사를 주어진 시간안에 마무리하려면 하도급을 받은 회사들이 인력을 충당해야 한다. 노조의 연이은 집회 등으로 공사가 늦어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이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영세한 회사들이 많다보니 단체로 움직이는 노조를 상대할 교섭력도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지금 아파트, 택지지구 등 지역 대형 건설현장은 '노노(勞勞) 갈등'의 격돌장이 됐다.

현장이 중단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의 몫이다. 이후에는 지연된 공사를 만회하고자 공사 속도를 높여야 한다. 비용이 더 들어가고 품질에도 악영향을 준다. 노조원을 고용한 후에는 생산성이 떨어져 공사기간이 더욱 늘어진다. 공사 지연이나 품질 하락에 따른 피해는 건설사뿐 아니라 입주민 등 시설 사용자에게도 돌아간다. 소음과 공포 분위기에 건설현장 주변 주민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조원을 직접 고용하는 중소 하도급 건설사의 피해는 더욱 크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임금은 더 높은 노조원을 데리고 일을 하니 작업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그동안 함께 일하던 숙련 근로자 관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노조원 고용요구와 건설현장 점거 등의 행태는 비노조원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노조의 집회와 점거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일당을 받지 못한다.

노조의 행태에 대한 피해는 아이러니하게도 노조원에게도 돌아가기도 한다. 노조 간 고용 싸움에서 패배한 노조의 노조원은 일자리를 잡지 못한다. 소속 노조가 이기더라도 노조 내 건설현장 배치순위에서 밀리면 일감을 받지 못한다. 이에 불만을 품고 다른 노조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면서 건설현장에 찾아오는 건설노조 수가 10여개가 넘는다고 업계는 전한다. 심지어 조합에서 탈퇴한 노조원에 소송을 제기한 노조도 생겼다.

이처럼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설노조의 행태는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아파트 입주민, 비노조 일용직 근로자 등 건설과정의 다양한 주체들에게 피해를 준다. 심지어 노조원에게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설산업 주체들이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 노조의 불법 집회나 시위를 막으려면 여러 장치가 가동돼야 한다.

이민우 편집국장
이민우 편집국장

여전히 코로나19가 진행되는데도 지역 곳곳에서 이같은 일련의 집회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건설산업이 무너진 후 건설노조는 누구에게 고용을 요구할 것인가. 정부·지자체를 비롯해 건설사와 노조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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