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거대 양당이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선거 열흘이 지난 지금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추경 처리를 앞두고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5월 4일과 13일 지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으나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정부도 한몫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지난달 28일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중위소득 50%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당정협의를 통해 지급 대상이 하위 70%로 바뀌면서 혼선이 시작됐다. 앞서 일부 지자체들이 형평성 등을 고려치 않고 다분히 정치적 계산으로 재난지원금 다툼에 뛰어들면서 백가쟁명식 논란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또 맞벌이 가구 등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의 형평성 불만이 논란을 부추겼다. 더 큰 문제는 70%라는 초유의 기준에 선정방법을 놓고 지루한 논쟁이 이어진 것이다. 이러는 동안 재난지원금의 제때 지급이 무산됐고 결국 총선판으로 공은 넘어갔다.

당초 중위소득 50%라는 기재부의 안대로 추진됐으면 곧바로 진행됐을 일이다. 기존의 복지서비스 기준에 따라 즉시 지급이 가능했고 하루가 급한, 한푼이 아쉬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적지않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부족한 면은 추후 보완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지급 대상 확대라는 정치적 욕심에 주객이 전도됐고 한달의 허송세월도 모자라 대상과 시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총선과정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무책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선거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방침을 바꿔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을 공약으로 내건 미래통합당의 갈지자 행보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민주당도 전 국민 지급을 약속하면서 보따리 풀기 경쟁에 가세했다.

이 정도는 그래도 정당의 목줄을 죄고 있는 선거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총선후 바로 정리될 것 같았던 상황은 더 꼬여만 갔다. 이번엔 당정이 맞붙은 모양새였다. 일주일여를 끌다 결국 대통령의 쓴소리를 듣고서야 매듭을 지었는데 그 결과가 가관이다. 자발적 반납이라는 기상천외의 해법을 들고나와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전 국민 지급을 포기 못한 민주당과 재정 상태를 고집한 기재부의 절충안인데 양측 모두 책임회피일 뿐이다. 실제 어려운 이들에 대한 긴급지원이라는 당초 목적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정책 결정자들의 명분과 체면만 남고 정책으로서의 실제 효과는 껍데기만 남았다. 더구나 미래통합당의 딴지가 가세하면서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조차 모호해진 게 지금의 긴급재난지원금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긴급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재난지원은 복지가 아닌 포퓰리즘에 묻혀 퇴색됐다. 이제와서 지급되는 지원금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코로나 한파로 벌써 경제의 밑둥이 얼어붙어 더 혹독한 시련이 예고된다. 이미 가계의 바닥을 드러낸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다른 지원에서도 빠진 취약계층의 절망과 고통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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