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 충북도 제공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 충북도 제공

제21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적지않은 시·도의 이목이 방사광가속기에게로 몰린 듯 하다. 대규모 국책사업인데다가 사업 부지 유치를 놓고 여러 지역이 경합하는 마당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일부는 도를 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온당한 방법으로 할 말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정도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어깃장을 놓으며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은 누워서 침뱉기다. 그런 식으로는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을 뿐더러 결과에 대한 오해와 공정성의 시비만 불러일으킨다. 내가 먹기 어렵다고 여럿이 있는 잔치상을 엎어서는 안된다.

이 사업에 뛰어든 호남권의 움직임을 두고 하는 얘기다. 당장 이번 총선 당선인 28명 전원을 전면에 내세워 국무총리를 비롯해 해당 부처 등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른 경합지역 처럼 그냥 자기 지역의 입장을 전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촉구하는 선이었다면 말썽이 될 이유도, 탓할 까닭도 없다. 그들의 내놓은 주장이 평가기준 재조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것이기에 시비가 벌어진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국가균형발전론이 억지와 궤변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도 부지 선정 발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낯부끄러운 짓이다.

유치의향서 접수가 끝나고 경합에 뛰어든 지역별로 계산과 전망이 나온 뒤에 평가기준이 잘못됐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마디로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제시된 기준으로는 도저히 경쟁이 안되니까 판을 뒤짚어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백번 양보해 그들의 주장에 귀기울일 부분이 있다면 왜 처음부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까. 총선이 끝난 뒤 여당내 지분을 과시할 여건이 되니까 한번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면 그 배경을 함께 밝혔어야 한다. 더구나 기준 변경과 더불어 흘러나오는 '선정 연기론'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안되면 누구도 안된다는 소아병적 사고일 뿐이다.

호남권에서 내놓은 국가균형발전론의 논리적 허점을 보면 궤변일 뿐인 이들 주장의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지확보 문제가 간단치 않아서인지 수도권은 이번 경합에서 빠져 균형발전의 첫 단추는 끼워졌다. 또한 각 후보지는 나름대로 지역발전의 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역이다. 호남의 여건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국가균형발전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이 물리적으로 같은 값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적인 여건과 지역 특색에 맞는 방안으로 개발이 추진돼야 균형발전이 이뤄진다.

다시 말해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설만한 곳에 구축돼야 한다. 기반과 여건이 충족안되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어거지를 부린다고, 정치적 입김을 동원한다고 될 일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된다. 국가 미래가 걸려있고,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꼭 필요하다. 설령 그런 것들로 인해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진다면 그 뒷감당은 어찌할 것인가. 다른 국가사업도 목소리 크기에 따라, 정치적 입김의 세기에 따라 좌우된다면 이를 인정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본이 바로 서지 않으면 모든 일은 뒤틀리게 된다. 방사광 가속기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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