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첫째 딸 아이의 온라인 개학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식탁에 노트북을 켜놓고 온라인 개학식 영상을 틀어주고, 출근 준비를 재촉했다.

영상을 보고 있던 아이가 "어! 우리 선생님이다"라고 소리친다. 새 학년 담임 선생님이 소개되고, 인사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자 반가운 마음에 터져 나온 말이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비집고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등교하지 못하고, 온라인 개학을 맞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언제쯤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확산이 종식될지,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막막함이 앞선다.

발이 묶여버린 지금의 상황을 빗대어 초유의 사태라고 하는데 그 표현이 딱 맞다. 원유수요 급감에 따른 국제유가 사상 초유 마이너스 사태, 코로나19 공포로 중단된 운동경기와 문화공연,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 마스크 대란, 처음으로 이뤄진 일명 방역 투표, 전망이 불투명한 현재 진행형 경제침체와 고용위기 사태가 예측할 수 없었던 처음 겪는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예견한 듯한 장편소설이 있다. 바이러스와 마주한 지금의 상황은 알베르 카뮈가 쓴 '페스트'를 연상시킨다. 이 소설은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의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의사 리외가 죽은 쥐들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리외는 쥐들의 떼죽음과 환자의 증상으로 페스트의 시작을 눈치챈다. 그러나 누군가 쉬쉬하는 동안 전염병이 퍼져 버린 도시는 폐쇄되고, 페스트에 의해 공포와 이별, 절망, 무력감을 느낀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이 표출된다.

작가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를 통해 개인의 기쁨을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사회의 안녕을 말하는 리외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또 다른 편에선 개개인이 사회를 이루는 구성요소이기에 사회의 안녕이 개인의 행복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랑베르가 나온다. 이 인물들을 통해 개인의 일이 집단과 연계되고, 집단에게 닥친 사건 때문에 개인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연대의식과 위기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는 인간의 통찰력에 대해 말한다.

페스트 작품 속의 연대처럼 코로나19의 대처 방법으로 연대와 협력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봐야 할 것은 장기전에 대한 대비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다. 얼마 전 아동수당을 받는 가구에 아동돌봄쿠폰 40만원이 지급됐다. 쿠폰사용과 관련해서 지역카페에서 사용처를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쿠폰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소외되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서로 날선 공방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의 상황과 입장은 다르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지금 인간이 둘 수 있는 최악의 수는 분열하는 것이라며, 오직 협력과 연대로만 코로나19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이 폭풍은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내린 선택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인류는 아마도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하고, 더불어 앞으로의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유발 하라리 기고의 일부 내용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을 꿈꾸며 마음의 고삐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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