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 수혜인 '데이터 사회'의 양면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우민아트센터(관장 이용미)는 2020 주제기획으로 '가려진 사회' 전시를 진행중이다.

'가려진 사회' 전시는 지난 15일부터 시작돼 오는 6월 27일까지 우민아트센터 전관에서 개최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능하다.

미술관측은 관람객들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술관 전시 관람 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 방명록 작성하기, 참여형 작품 관람시 손 세정제 사용하기 등이다.

우민아트센터 전시전경
우민아트센터 전시전경

이번 전시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변화와 영향들을 거스를 수 없는 '사회 압력'으로 바라보고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 불평등과 소외 문제에 주목했다.

참여 작가는 박관우, 박제성, 이성복, 이은희, 조영각, 천근성 등 6명이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기술혁신으로 인한 변화들을 고민하기에 앞서 기술 수용에 대한 깊은 생각과 성찰 과정의 부재에 대해 반문하고 미래 혹은 현재 진행중인 데이터 사회에서 양산된 다차원적 소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챕터로 구성된다.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계로 대체될 미래 노동시장과 인간과 기술과의 공생 문제가 그것이다.

먼저 천근성, 이성복 작가의 작업을 통해 단순노동은 물론 창의적이거나 정신노동의 상당부문까지 기계로 대체될 미래 노동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시장 왼쪽으로 펼쳐지는 이성복 작품은 기존 예술 개념에 도전해 실용적이고 직접적인 쓰임을 부여하고자 실험한다.

우민아트센터 이성복 작4
우민아트센터 이성복 작4

'Magic Number 11±1 Survey Kiosk'는 키오스크의 무인화 기계속에 '예술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 12가지, '예술과 새롭게 연결할 수 있는 단어'를 설문조사 하고 있다. 작가는 관람객이 입력하는 키워드와 관련 정보를 통해 예술에 대한 사고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했다. 24개의 단어를 입력하면 소정의 보상이 지급되니 쏠쏠한 재미가 있다.

천근성은 작가가 지방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발견한 '로봇 신호수'를 발견하고 점차 자동화나 무인화로 대체되는 근미래의 직업 풍경을 예견한다. 작가는 지난 전시 '반복 노동 대행 서비스'에 이어 'CGS 홈쇼핑 방송'영상작업과 함께 '운동하는 마네킹'을 선보이며 자동화 기계의 대체로 인해 노동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의 노동권과 생존권 문제를 살펴본다.

우민아트센터 박제성 작2
우민아트센터 박제성 작2

또다른 챕터는 인간의 삶(운명)과 테크노-타자와의 공생 문제에 대해 이은희, 조영각, 박제성, 박관우의 작업을 통해 조망한다.

박관우는 자기-타자화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 자의식의 발현조건을 탐구해 오면서 챗봇(채팅로봇)이 만들어낸 대본을 연기하는 두 배우의 대화로 구성된 영상작업 'HUMAN CONVERSATION'시리즈를 선보인다.

조영각, Aboutanythingelseyouneedtoknow (1)
조영각, Aboutanythingelseyouneedtoknow (1)

조영각은 '당신이 알아야 할 다른 것에 대해서'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신종 통치 권력이 대중 집단 정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회적 데이터에 대한 조정과 변조 전략의 방식을 노출한다. 작가는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관람객이 카메라 앞에 다가서면, 뉴스 앵커의 모습이 관람객의 얼굴과 합성되는 형식의 작업을 통해 가짜 뉴스가 생성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우민아트센터 이은희 작
우민아트센터 이은희 작

이은희는 이처럼 입력되는 데이터의 편향성이나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기술 오류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상작업 'contrast of yours'를 선보인다. 작가는 데이터 코딩 과정에서 수많은 편견이 기입될지 모르는 자동 기계적 질서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러한 알고리즘의 차별성이나 편향성, 왜곡이나 조작, 부당 사용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알고리즘 책무성(algorithmic countability)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다시 환기시킨다.

박제성은 영상작업 'universe'를 통해 이처럼 의식적 이데올로기 자장을 넘어서서 인간의 욕망, 정동, 선호의 흐름 조절과 통제에도 관여 하는 데이터 기반 통치 권력의 영향력과 파급효과에 대한 위기의식을 투영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지현 우민아트센터 학예실장은 "가려진 이면에 틈입해 기술혁신으로 인한 사회적 요구를 사회 압력으로 바라보고 미래 혹은 현재 진행 중인 데이터 사회 아래에서 양산된 다차원적 소외문제에 대해 재고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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