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충주시가 시 예산으로 구입한 미술작품을 소홀히 관리해 도마 위에 올랐다.

시는 지역 미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수억원의 시비를 들여 총 305점의 미술품을 구매하거나 기증받았다.

최근 시 소유 미술작품이 외부로 무단 반출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시는 구입한 미술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절반 정도인 159점은 시청사 복도나 사무실 등에 전시돼 있지만 98점은 서고나 일부 사무실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거의 방치된 상태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48점은 아예 작품이 어디에 있는지 소재조차 확인이 안되고 있다.

한마디로 시가 많은 혈세를 들여 작품만 구입해 놓고 정작 관리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2012년 행정안전부 지침으로 지방자치단체 미술품 보관·관리기준이 만들어져 내려왔다.

하지만 시는 이같은 관리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다.

미술작품의 경우, 별개의 운영기준에 따라 매년 물품재물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의 조사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총체적인 관리부실이다.

어차피 잘못된 행정에 대해서는 합당한 조치가 따르겠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충주시의 전반적인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작가들은 아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려운 창작활동을 하고있다.

작품 한점 팔기 힘든 지역작가들이 창작활동에 대한 열정만으로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지역작가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자치단체가 이들의 작품을 구입해주는 일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예산을 세워 작품만 구입해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작품 구입이라는 일회성 지원보다는 지역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대중 속으로 이끌어 내 함께 공감하도록 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미술이나 음악, 공연 등을 포함하는 문화예술은 그 부문에 종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도 중요하지만 많은 대중들이 함께 공감하고 향유하면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지역의 대중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때 비로소 지역 문화예술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자치단체는 지역 문화예술인과 지역주민을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을 직접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먼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수억 원 어치나 되는 작품을 구입해 놓고도 서고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다.

많은 혈세를 들여 구입한 작품인 만큼, 자치단체는 이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된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도 여럿이 함께 공유하면 수십배, 수백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는 보유하고 있는 미술작품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해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지난해 연말 충주시가 보관하고 있는 미술작품을 대상으로 전시회를 열었던 것을 기억한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아주 바람직하고 잘한 일로 이같은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

말로만 문화예술의 도시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공감할 수 있도록 자연스레 유도하는 일.

그게 바로 시민을 위한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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