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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람 작 sentimental beach side 91x73 pigment print 2020
홍가람 작 sentimental beach side 91x73 pigment print 2020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쉐마미술관(관장 김재관)은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지난 1일부터 오는 6월 14일까지 '비스듬한 경계 (Oblique boundary)' 전시를 개최한다.

'비스듬한 경계'는 '오늘날의 회화는 그야말로 다원적이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비스듬한 경계' 전시에는 전통 매체인 회화 작업을 하면서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들과 초평면의 화면 위에서 애니메이션 기법들로 회화적 시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다섯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강주형, 김윤호, 나수민, 이승훈, 홍가람, 다섯 명의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 시대 현대미술의 회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여 작가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이야기, 그 사회에서 부딪치는 개인사적 문제들과 시대의 문화적 코드로서 만화들을 새로운 소재로 삼아 각자의 시각적 방법으로 재탄생시켰다.

강주형 作 'The hunting ground'

강주형 작가는 익숙한 시간과 소재, 그것들이 가지는 운동성을 '시간-회화'에 보여준다. 익숙한 형태나 움직임의 재현이 아닌 새롭게 생산된 대상들과 그 대상들이 운동하는 표면을 제시하며 작품 속 대상들은 각각의 시공간 속에 고립을 자처하는 동시에 관계 맺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강주형 작가의 이런 이미지들은 캔버스가 아닌 디지털 매체 위에 붓질의 반복과 실험을 거치며 확장된다.

김윤호 작가는 평소 즐겨 하는 배드민턴에 기반을 둔 만화적 상상력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가 성장해온 시대의 문화적 코드로서 만화라는 매체를 중시하고 팝 컬처로서의 정서나 문법에 익숙하다. 무엇보다 오타쿠적 감성은 인간 몸체와 다른 몸 그리고 변신의 자유로움, 공간적 변환의 자유로움, 관점 이동의 자유로움을 순수하게 표현한다. 셔틀콕의 깃털에서 시작하는 그의 상상력은 생명의 원류적인 흐름으로까지 나아가 그 속도감의 소리까지 만화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나수민 작 줄서기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72.7×116.8cm 2019
나수민 작 줄서기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72.7×116.8cm 2019

나수민 작가는 청년세대의 한사람으로서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그린다. 최저임금 이슈와 청년 노동, 사회와의 소통을 거절하고 고독을 선택한 청년들의 일상을 담아낸다. 사회적인 메시지에 치중해 화면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방법에서 나아가 초현실적 표현 방법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청춘이 있는 반면에 사회와의 소통을 거절하고 소외를 선택한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이러한 생각은 작품을 핑크빛으로 담아내며 모든 것을 위로해 줄 회화 속 작가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이승훈 작 응축산수 사제공부실내전도 the complete map of the study office, animation(single channel video), 2019
이승훈 작 응축산수 사제공부실내전도 the complete map of the study office, animation(single channel video), 2019

이승훈 작가는 작가가 체험한 기억의 단서를 근거로 여러 개별 이미지들을 만들어 화면에 보여주고 있다. 그 이미지들은 노상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잔뜩 취한 모습으로 졸고 있는 남자나 플라타너스와 나부끼는 이파리, 걸어가는 사람들과 물을 토해내는 분수 등 일상의 기억 이미지들을 하나의 시공간을 공유하지 않고 개별 이미지들로 화면에 부유시켜 보여준다. 이때 작가는 사실적 표현이 아닌 멈추는 일이 없는 대상을 관찰하고 지각하는 과정을 통해 초평면의 화면 위에 정확한 재현이 아닌 애니메이션을 넘어 회화적인 화면으로 보여준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재현'이 아닌 '그리기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바라보는 사회 풍경들은 극도로 확대한 화면의 픽셀 앞에서 태블릿 펜을 쥔 채 진행된다.

홍가람 작가는 현재의 상업적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작가의 애니메이션 작업은 영화를 이루는 전체로서의 몽타주에서 쁠랑이라는 운동-이미지들을 해체하고 조합해 하나의 움직이는 그림처럼 재구성한다. 혹은 하나의 '그림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화 그림의 사이 어딘가쯤에 위치한다고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전시와 상영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형태로 접근하기 위해 홍가람 작가는 독립된 디스플레이 장비를 통해 하나의 그림처럼 반복 재생되며 오브제화한다.

한영애 쉐마미술관 학예사는 "현대미술의 개념이 무한 확장하는 이 시대에도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회화"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에서 우리의 사고방식의 체계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확인하며 지역의 관람객들에게 확장된 시각예술의 감상의 기회를 만들며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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