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옹기종기 핀 제비꽃을 바라본다. 보라색 원피스를 곱게 입은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 듯하다. 어떤 날은 하얀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순결한 모습의 여인 같다. 그런가 하면 노란색의 제비꽃도 있다한다.

삼월 삼진 날, 제비가 돌아 올 때 핀다하여 제비꽃이라 부른다. 장수 꽃, 오랑캐꽃이라 불리우기도하며 땅에 붙어 핀다하여 앉은뱅이 꽃이란 별명도 있다.

따사로운 봄날 식당 뜰에 하얗게 무리지어 핀 모습에 반하여 한포기 얻어다 심었다. 씨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피고 지는 번식력에 두 손을 들었다.

꽃말도 색에 따라 다양하다. 겸손 겸양, 티 없이 소박, 성실과 정절, 진실한 사랑 등이 있다.

꽃의 효능은 민간요법으로 생인손을 앓을 때 찧어서 붙이면 염증을 갈아 앉히는데 쓰이며 혈압이 높은 사람은 제비꽃을 캐 술을 담가 먹으면 혈압을 내렸다고 한다. 그밖에도 전립선, 관절통 소염작용이 뛰어나며 불면증과 열을 내리는 해열제로 쓰인다. 몸 안의 독성을 제거하며 가래를 삭인다. 흔한 풀이 만병을 치료한다는 설이 맞는 듯하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며 제비꽃의 성질은 멥고 차다. 꽃의 청색 즙은 산성을 만나면 적색으로 변한다. 또한 알카리성과 섞이면 청색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여인들은 화장을 할 때 이용 했단다. 제비꽃의 향을 향수나 화장품 부 향제로 쓰였다 한다.

제비꽃을 소재로 천연 염색을 시도해 보고 싶다. 아름다운 색이 나오지 않을까.

전설 또한 여럿이다. 나이가 비슷한 거지가 만나 의형제를 맺었다. 둘은 서로 정을 붙이고 친형제처럼 살았다.

동생이 생인손을 않았다. 화끈거리고 쑤시고 열이 나고 아파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형이 의원을 찾았으나 거금의 돈을 요구하여 고쳐 줄 수 없었다. 그 비통한 마음을 달래길 없어 산에 올라 앉아 있는데 지천으로 핀 보라색 제비꽃이 유혹을 했다. 형이 따서 입으로 씹어 동생의 아픈 손가락에 붙여 주었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열이 내리고 아프던 통증이 멈추더라는 것이다. 형제는 제비꽃을 캐서 들고 와 찧어 붙이고 삶아 먹으니 생인 손가락이 서서히 3일이 지나니 낳았단다. 그 후 형제는 제비꽃을 가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생인손가락을 고쳐주고 돈을 벌어 거지신세를 면했다는 전설이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보리밭 이랑을 돌아보시다. 제비꽃을 보면 내 손가락에 보라색 꽃반지를 만들어 끼워 주셨다.

5월이면 달콤한 향의 토끼풀(크로바) 꽃이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피었다. 어머니께 꽃을 따서 아름으로 갖다드리면 머리에 꽃 화관과 목걸이 반지 팔찌를 쫑쫑 따고 끼워서 걸어 주셨다. 애기 똥 풀줄기를 잘라서 손톱에 노란 진을 발라 주시곤 했다. 자연을 벗하며 놀았던 어머니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고개를 든다.

뜰아래 핀 제비꽃을 따서 내 어머니처럼 손녀들의 손가락에 알록달록 꽃 반지를 만들어 주고 싶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손녀들이 키우던 고양이 부부는 며칠 있으면 새끼를 낳는다. 청계가 12마리의 병아리들과 유아원 선생처럼 꼬꼬거리며 봄맞이를 하고 있다.

손녀들이 고양이를 보러 주말이면 온다. 병아리를 보면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을 눈앞에 그리며 함께 즐길 체험 프로그램을 제비 꽃밭을 손질하며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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