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곽순종 청주 남평초등학교 교사

비발디의 친구이자 법률가이며 극작가인 골도니는 "비발디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만점, 작곡가로서는 그저 그렇고, 성직자로는 빵점", 비발디는 골도니의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듣고 "골도니는 험담가로서는 만점, 극작가로서는 그저 그렇고, 법률가로서는 빵점"이라고 했다고 한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작곡가이며 바이올린 연주자, 사제(성직자)였던 비발디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곡 '사계'를 작곡했다. 그 당시에는 곡의 제목이 따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시대이다.

비발디의 '작품번호 8'의 12곡 가운데서 제1곡부터 제4곡까지가 '사계' 부분이다. 각 곡은 각각 3악장으로 돼 있으며, 각각의 곡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부제목이 붙어있다.

이것은 제목 없이 절대음악을 추구했던 바로크음악 시대에 표제음악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비발디는 바이올린 연주능력이 탁월하다보니 당시 유행했던 합주협주곡이 아닌, 바이올린 1인과 협주하는 독주 협주곡을 약 500여 곡 작곡했다고 한다. 근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전형을 만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봄이 온 지가 한참인데 그 동안 벼르고 벼르던 '꽃기린'(꽃말 :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 몇 그루와 '랜디제라늄'(꽃말 : 우정, 애정)을 사다가 심었다. '어떤 화분이 좋을까?'하며 어울리는 화분을 고르고, 거름과 흙을 준비해서 정성껏 심다 보니 마음이 들뜨고, 심고 나니 그 예쁜 모습 때문인지 비발디의 '봄' 멜로디가 저절로 나왔다. 내친김에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감상해보았다.

1악장의 '딴 따 딴 따라라~ 따라라 따 라 라~ '를 들으니, 마치 내가 봄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봄꽃이 된 것처럼 들뜨고 생기가 나고 몸이 가벼워진다. 선생님들이 새 학기가 돼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마음에 들떠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2악장은 화려한 꽃들이 짧은 순간에 져버림을 슬퍼하는 듯하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화려하게 온 땅을 수놓았다가 1주일 내로 사라지면 모두들 허전하고 아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을 기다리다 지친 선생님들의 마음이라고 할까? 3악장은 다시 생기있게 흐른다.

지나간 것에 얽매어 계속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꽃들과 싱그러운 잎의 자연을 환영하며 즐기는 듯하다.

곽순종 청주 남평초등학교 교사
곽순종 청주 남평초등학교 교사

새로운 계절인 여름을 맞이할 준비로 설레는 늦봄의 느낌, 그리고 아이들을 만날 마음으로 이것저것 수업과 학습자료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아이들을 만나 비발디의 음악과 인생에 대해 들려주고 아이들의 다양한 감상 이야기를 들으면 저마다의 이야기가 또 다른 협주곡처럼 아름다운 하모니로 들려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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