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 업체 직원들이 교내 강의실을 방역하고 있다. / 국립한국교통대 제공

오는 13일부터 초중고교의 순차적 등교 결정에 학부모의 홀가분함과 집단 감염 걱정이 엇갈리고 있다.교육 당국은 신종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70여 일간 연기됐던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등교를 결정했다.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등교를 마냥 미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13일 고3 수험생에 이어 1주일 간격으로 20일 고2·중3·초등 1∼2학년·유치원생, 27일 고1·초등 3∼4학년, 6월 1일 중1·초등 5∼6학년이 등교한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고3이다.코로나19의 통상 잠복기인 2주일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지난 6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 지 8일 만이자 지난달 30일 석가탄신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6일간의 황금연휴 이후 숨은 감염자의 잠복기인 14일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등교 결정은 다소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5월 연휴 이후에서 최소 14일이 지난 시점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교육부는 방역당국이 고3은 진로 진학 준비를 고려해 7일 경과 시점부터 등교 수업이 가능하다고 제안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교내 집단 감염이 발생한 싱가포르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었던 싱가포르는 집단 감염 위험이 크다는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난 3월 23일 개학을 강행했다가 2일 만에 한 유치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2주 만에 개학을 철회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싱가포르는 학교가 가정보다 안전하고 어린이는 코로나 발병률이 낮다며 성급하게 등교를 결정했으나 감염병 재확산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두 달 넘게 아이들 돌봄에 지친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의 등교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혹시 모를 집단 감염을 걱정해 학교 현장의 세심한 방역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도 에어콘 사용 자제, 급식실 가림판 설치 등 방역 당국에 명확하고 현실적인 기준을 요청하고 있다.앞서 교육부는 교실 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으나 찜통 더위에서는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방역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일단 등교 형태를 다양화해 학교 내 감염을 막는다는 계획이다.학년 및 학급별 시간차 등교,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 병행, 학급 단위의 오전·오후반 시행 등이다. 즉 같은 학교라도 반 마다 등교 시간을 달리하고 학생 간 만나는 기회를 줄여 감염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총선을 안전하게 치르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철저한 방역 대책으로 지난달 18일 이후 1일 1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전 세계를 대표하는 코로나19 방역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생활방역 성공은 학교 등교 정착에 달렸다.정부는 고3 등교 이후 교실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그동안의 공든탑이 모두 무너지는 것은 물론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정부는 남은 일주일간 한치의 허점도 없이 교육 현장의 방역 태세를 철저하게 점검해 싱가포르와 같은 사태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