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를 등원시키느라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손녀 손을 잡아끌며 차가 안 오니 그냥 건너가잔다. '할머니 빨강 불이야, 위험해! 조금만 기다리면 돼./저기 유치원 차가 와서 기다리잖아. 그냥 건너가자, 응?/안 돼, 할머니, 저차가 기다릴 거야./차가 하나도 안 오잖아, 그냥 건너가자. 응?/할머니, 그래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의료진이 태부족인 대구지역으로 자원봉사를 떠나는 의사 남편에게 '그 위험한 곳을 왜 가는 거야? 여기도 환자가 넘치는데,/전염병은 확산방지가 중요하다는 건 당신도 잘 알잖아? 좋은 일 하러 가는데 뭘 망설여./그러다 당신도 쓰러지면 우리는 어쩌라고?/당신, 의사 가족 맞아? 목숨 구하는 게 의사잖아!/그래도….'

어떤 제안을 받아들일 만한데도 형편상 수용할 수 없거나 전혀 다르게 행동하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으로 우리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 결과는 일정 수준이상의 긍정적 성과를 가져오는 게 보통이다.

절친 어머니에게 간장 이식 적합판정을 받은 군대 친구가 수술일정에 맞춰 특별휴가를 받아 집에는 연락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 이식수술을 기다리는데, 공여자 부모가 어떻게 알고서 병원을 찾아와 3대독자인 아들과 의사에게 이식은 절대로 안 된다며 사정하다 협박까지 하는데, 아들은 '제가 엄마에게 떼 준대도 이러실 거예요?/그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한 생명은 구하잖아요./그래도….'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수술 잘 되라고 기도할게.'

그래도 이순신은 백의종군을 했고, 유관순은 옥중에서 만세를 불렀으며, 안중근은 이등박문을 저격하고, 윤봉길은 일본군기념식 단상에 폭탄을 던지고, 베트남과 호르무즈엔 평화의 사도를, 그리고 정의로운 학생들은 4.19혁명을.

그래도 사람다운 사람은, 사람 같은 사람은, 도리를 아는 사람은 지극히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 위기에 도전하여 자기 한 몸 기꺼이 바쳐 많은 이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殺身成仁) 있었다.

불이익이 돌아올 게 빤한데 그래도 상식으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고생하는 가족들 구하려고, 할 일 많은 이 그냥 가게 할 수 없어서, 그것이 정당하기에, 내일이 열릴 것 같아, 목숨 걸 가치가 있어서, 꼭 살릴 수 있다기에.

그래도 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고, 부하 사랑으로 폭탄을 끌어안았으며, 제자 사랑으로 금쪽같은 장기를 주고, 이웃 사랑으로 화마속의 장애인을 구하고, 도랑물로 배 채우던 시절이 한스러워 무료급식을 나누고, 땔감 없이 삼동 나던 때 못 잊어 연탄을 전달하고, 그리고 걸식하다 객사한 할머니께 죄송해 노숙할머니를 모셔왔다.

그래도 얼굴 없는 천사는 기부 많이 못해서 송구하다고, 사고현장에서 같이 죽었어야했는데 살아있어서 미안하다고, 부모가 못나서 자식들에게 까막눈을 물려줘서 얼굴 볼 낯이 없다고, 손자의 걸음마 연습으로 아래층에 소음을 나게 해서 죄송하다고, 몸으로만 때워서 면목이 없다고, 문밖출입도 못하면서 너무 오래 살아 손자에게 짐이 되어 죽고 싶다고.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그래도 미련을 가지고, 아쉬움으로, 꼭 성공할 것으로, 가능성과 자신의 능력을 믿고, 의지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숨겨둔 저력으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무릎이 깨져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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