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연수 충북도 지속발전가능협의회 사무처장

우암산(牛巖山. 338m)은 청주 진산이다. 다양한 생명체의 고향이자, 청주시민의 삶의 영역이다. 우암산에 올라 청주 시내를 바라보면 청주의 젓줄 무심천과 우암산을 울타리 삼아 자리를 잡은 청주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탁 트인다.

청주시민을 지켜주던 든든한 울타리인 이곳에 순환도로가 들어선 것은 1970년대이다. 차량이 증가하면서 순환도로는 차량 중심으로 변했고, 생태계와 사람, 우암산과 청주시를 구분하는 울타리가 되었다. 우암산순환도로는 1974년 완공되었다. 벌써 46년이 흘렀다. 그 사이 청주시는 다양한 교통체계를 통한 원활한 교통 흐름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도시로 발전하였다. 우암산 자락에 위치한 수동 또한 시내로의 진입 등 차량소통이 다원화 되고 원활하게 바뀌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우암산 순환도로는 걷기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접근로가 편하고, 청주 시내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유일한 둘레길이기 때문이다. 봄철 벚꽃 길은 세월을 품으며 가장 아름다운 길로 변모했으며, 여름철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철에는 단풍이 형형색색의 옷으로 치장을 하며, 겨울에는 정갈하게 쌓인 눈 봉우리가 시민을 유혹한다. 그럼에도 우암산 순환도로는 차량이 증가하면서 여유롭게 걷는 청주 시민을 위협한다. 그동안 청주시는 우암산 순환도로를 차 없는 걷는길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교통 흐름을 저해한다'는 민원에 부딪쳐 번번히 실패했다.

이제 우암산 순환도로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친구들과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여유를 보내고. 가족이 함께 청주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며, 연인들이 손잡고 미래를 꿈꾸는 둘레길로 재탄생을 해야 한다. 2011년에 조성된 우암산 둘레길을 완성해야 한다. 차량 중심의 쌍방향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걷는 길을 확보하여야 한다. 사람의 통행로와 도로 사이에 나무를 심어 편하게 걷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도로 또한 검은색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흙냄새가 나는 황토 포장을 하여 경관을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 도로와 인도 사이에 나무를 심어 탄소흡수원(Carbon Sink, 炭素吸收源)을 확보하고 도시숲을 확충해야 한다.

우암산의 옛 이름은 와우산(臥牛山)이다, 산의 형태가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고 바위가 많아서 와우산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와우산의 명칭은 조선시대 지리지인 여지도서(輿地圖書)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청주연혁지(淸州沿革誌), 조선환여승람 등 문헌기록에 나와 있다.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擇里志)』에는 당이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대모산(大母山), 모암산(母岩山), 장암산(壯岩山), 목암산(牧岩山), 목은산(牧隱山) 등의 지명들도 전하고 있다.(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우암산은 백두산 정기가 백두대간을 타고 흐르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분기하여 상당산성 상령산(上嶺山)에서 삶의 터전으로 뻗어 내려와 '바람매기고개'라 불리는 낮은 안부를 사이에 두고 우뚝 솟은 산이다.

박연수 충북도 지속발전가능협의회 사무처장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삶을 향유하고 있다. 많은 전설과 민속신앙이 곳곳에 스며있다. 상당구 대부분의 학교 교가에 우암산과 와우산 지명을 담고 있다. 청주의 모산(母山)이라는 증표다. 누군가는 희망이라는 길을 내고 누군가는 그 길에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삶은 과정이고 현재다. 현재 청주시민은 우암산 둘레길을 걸으며 여유를 담아내고자 한다. 여유를 담아낼 수 있는 우암산 둘레길로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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