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신변에 위협" 경찰관이 112 거짓 신고·불법 위치추적
불법체류자 도주 책임 피하려 긴급 통신추적 서비스 악용

청주상당경찰서 전경 / 중부매일DB
청주상당경찰서 전경 /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충북경찰이 경찰조사를 받던 중 도주한 외국인을 검거하기 위해 불법 위치추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도망간 용의자의 위치정보 확인을 위해 "지인이 위험에 처했다. 죽을지도 모르니 위치를 추적해 달라"고 112에 거짓으로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자살 의심자 신고로 위장해 112상황실 근무자들을 속이고, 도주한 용의자의 위치정보를 받기 위한 술책이었다. 경찰이 범인의 위치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후 통신업체로부터 제공받아야 한다.

불법 위치추적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태국인 A(38·여)씨가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도주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11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마사지업소에서 일을 하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 들통나면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청주상당경찰서 분평지구대로 연행된 A씨는 다음날 오전 2시께 지구대 옆문으로 빠져나와 남자친구 차를 타고 도주했다.

A씨는 체포 당시 도주의 우려가 있어 수갑을 찼다. 그러나 지구대로 연행돼 조사를 받던 A씨는 자신을 찾아온 한국인 남자친구 B(41)씨와 만난 후, '손목이 아프다',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이유로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수갑을 풀어줬다. 두 손이 자유로워진 A씨는 화장실을 가는 척 자리에서 일어나 지구대 옆문으로 빠져나간 후 주차장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B씨의 차를 타고 도망갔다.

A씨를 놓친 경찰은 형사들을 동원해 추적했다. 하지만 B씨의 차량 번호 확보에 시간이 걸리면서 자칫 이들을 놓칠 위기에 처한다.

상황이 악화되자 용의자 도주 책임이 있는 지구대 직원들은 112 허위 신고를 통해 불법으로 위치정보를 제공받기로 모의했다. 112상황실로 전화해 가족 또는 지인이 위험해 처했다고 신고할 경우 긴급 위치추적을 해준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지구대 소속 C경찰관은 "아는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며 112에 긴급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이를 접수한 경찰은 도주한 이들에 대한 위치정보를 C경찰관에게 제공했고, C경찰관은 추적에 나선 형사들에게 A씨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경북 모처에서 붙잡혔다. 도주 2시간여 만이다. 자신들이 놓친 용의자를 단시간에 붙잡자고 경찰이 112 거짓 신고를 통해 확보한 불법 위치정보를 활용한 꼴이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진행,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12신고와 관련해서는 극단적 선택 우려가 있는 용의자를 찾기 위한 경찰의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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