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 번짐·여백으로 담은 '삶의 본질'

현대적인 기법의 수묵화를 선보이는 강호생 작가는 작품에 사용하는 물감의 특수성을 연구해 자신만의 데이터를 만들어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국내·외에서 한국의 정서와 수묵에 대해 알리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강호생(59) 작가가 2년만에 제19회 개인전을 개최한다.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오는 14일부터 22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강호생 작가는 '생명의 부름(소명)-Calling of Life'을 주제로 작품들을 준비했다.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의 전시는 지난 2007년 7회 개인전 이후 오랜만의 발표라 할 수 있다.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은 대부분 그룹전이나 공간을 나눠 개인전을 열기도 하는 대규모 전시실이다. 강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준비한 174점의 작품 중 전시 공간에 맞게 1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청주예술의전당 맞은편에 위치한 강 작가의 작업실에서 이번 개인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업실에서 만난 강 작가는 내후년 환갑의 나이를 바라보지만 훨씬 더 젊어진 느낌이었다. 30년 동안 트레이드 마크였던 콧수염을 깨끗하게 면도했기 때문이었다.

콧수염은 없어졌지만 강 작가의 40년 내공속 작품은 더욱 견고하고 여백 속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언제나 '여백'을 중시하는 강 작가는 작품을 하기 전 작업실의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작업부터 한다.

먹과 물을 사용하는 강 작가의 작업은 스프레이 처리시 물의 양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와 타이밍, 기울기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또 먹과 물의 비율 또한 철저히 기억하지 않으면 원하는 작업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채묵화를 하기 위해서도 물감과 물의 계량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고 했다.

강호생 작가는 충북의 대표적인 수묵화가 이다. 컬러풀한 배경으로 여백을 처리하는 현대적인 기법의 수묵화를 선보이는 강 작가는 여백의 무한 의미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물감과 재질 등의 특수성을 연구하며 다양한 표현의 새로운 이미지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 김용수

강 작가는 "수년간 작업한 끝에 제 나름대로의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해 냈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미술도 상당히 과학적"이라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내 자신에게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나?'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강 작가는 "취향의 문제는 타협할 수 있지만 원칙의 문제는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에 점점 더 홀로되기에 익숙해져 갔다"며 "또 어릴 적부터의 신앙생활로 기도가 더 간절해지고 '생명의 부름 Calling of Life'에 대해 목말라 하는 것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나의 부름, 부르심, 소명은 무엇이며 그 표상은 무엇인가에 대한 흔적을 이번 개인전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생명의 흔적 요소로 차용된 것들은 구체(球體), 물기둥, 비정형의 흰 여백 등과 색상들이다. 이 모든 것들의 기저가 되는 것은 수묵(水墨)이다.

이번 개인전은 채묵(彩墨)과 수묵(水墨)으로 구분해 그가 말하는 그림의 본질에 대해 보여줄 예정이다.

강호생 작가가 여백의 미를 살린 인물 수묵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김용수

"그림을 통해 본질을 보니 성경말씀을 깨닫게 됐습니다. 성경말씀을 보다보니 그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죠. 그림하는 사람들도 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자주 하는데 단지 껍데기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심연의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경말씀도 그냥 써 있는 글자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무엇을 말하는가가 중요한 것 처럼 말이죠."

작품을 할 때 '여백'을 필수조건으로 중요시하는 그는 버들가지를 1:1.618의 황금분할선으로 늘어뜨린 후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그려넣는다.

"오리를 그려넣으면 여백을 채워넣지 않아도 이곳은 물이 되고, 소를 그리면 이곳은 자연스럽게 땅으로 인식합니다. 굳이 이것이 물이다, 땅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언제나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리는 강 작가는 "그림은 그리지 않는 게 그림"이라며 "수묵적 표현으로 작품을 만들때는 그 사물, 또 그 인물에 대해 많이 알고 평소에 각인돼 있어야 한번에 그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에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바로 미국의 여군 출신 비키(Vicki Voyles)의 초상화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비키를 통해 외국인들의 문화 마인드를 배우고, 그들에게는 한국의 정서와 수묵을 알게 해주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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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기법의 수묵화를 선보이는 강호생 작가는 작품에 사용하는 물감의 특수성을 연구해 자신만의 데이터를 만들어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 김용수
 

강 작가는 "내면을 바르게 아는자는 존경스러운 사람이고 작품을 보면 작가를 보고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작업을 계속하면서 복음도 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번 개인전 주제인 '생명의 부름(소명)'은 진실로 가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의 과정속에서 맺어진 결과물인 '본질'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가 말하는 생명의 소명,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을 때 영광과 기쁨, 자랑이 아닌 그 꽃이 지고 난 후 맺어진 결과를 꼭 직접 확인하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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