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싱그런 신록으로 아름다운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 날에 이어 15일은 스승의 날이면서 세계가정의 날이다. 20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이 있다.

'가족'이란 구성원 모두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보금자리다. 그만큼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이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족 안에서 평안과 행복을 추구한다. 그래서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쉽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부·자식·부모 등 가족이 공동 생활을 하는 장소의 의미인 '가정(家庭)'은 한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건강한 가정', '단란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가정의 소중함을 잃고 난 뒤에야 그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된다.

그런데 작금의 세태는 가족의 정을 무색할 정도로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가장 아늑하고 평온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가정에서의 폭력,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해후 하겠다는 약속은 어디에 가고 원수처럼 싸우다 갈라서는 부부, 이로 인해 부모 없는 설움을 평생 품고 살아가는 아이, 늙고 병든 부모를 구박하거나 폭행하는 비정한 자식 등 비일비재하다. 가족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더 이상 의미 없는 '허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기에다 ▶소통·대화부재 ▶자식·고부·형제간의 갈등 ▶배우자의 이별과 사망 등으로 인해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 하다. 지금 한국사회는 '단란한 가정'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효'는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에 대한 보답이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자녀들이 효로써 보답한다는 '부자자효(父慈子孝)'를 말한다. 따라서 부모자녀는 '사랑과 효'로 이뤄진 '쌍방향적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사랑과 효의 경중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자녀의 효가 강조됐다. 옛날 효자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자녀의 일방적 희생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마음(慈愛)은 하나이듯 부모에 대한 자녀의 마음(孝心)도 하나다. 하지만 효심을 표현하는 방식은 같지 않다. 효심은 같아도 효행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부모 자녀 관계의 바른 자효(慈孝)윤리의 회복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 사랑이나 효도는 오늘날 맞지 않는다. 사랑과 효가 적절히 어우러진 부모·자녀 관계 회복이 시급하다.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의 필수요소로 사랑과 효의 하모니가 절실한 때다. 나아가 그 마음을 확장한 '사회적 효운동'도 절실하다.

스승과의 관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에 어버이시다.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를 학교 다닐 때 열심히 불렀다.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사가 무색하게 중·고교 시절 은사와 대학 담당교수님의 안부를 묻는 제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듯이 가정이 편안해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가정이 편안하면 자녀들도 부모에게 효심을 보여주게 되기 마련이다. 이제 곧 꽃의 화사함도 여름에 밀려나듯이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5월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가정의 소중함을 마음 속 깊히 새기면서 1년 열두달이 가정의 달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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