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의심 요구조자 대신 신고자 번호 입력… 골든타임 놓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속보 = 충북경찰의 긴급 위치추적 시스템 대응력이 연일 논란이다. <2020년 5월 8일자 6면 보도>

긴급 위치추적은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 활용되는 제도인 만큼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지만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충북 청주의 한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용의자가 도주하자 '자살 의심'인 것처럼 속여 위치를 확인하는 불법을 자행한 경찰이 이번에는 위치추적 대상자가 아닌 신고자의 위치를 찾는 어이없는 실수로 '골든 타임'을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살이 의심되던 요구조자는 그로부터 1시간 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충북 영동경찰서 산하 모 지구대 소속 A경위(47)는 지난 9일 오후 6시께 야간 근무를 위해 출근했다. A경위는 출근 직후 "약국에 잠시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순찰차를 끌고 지구대를 나섰다.

이후 동료들은 A경위의 복귀가 늦어지자 소재 파악에 나섰다. 당시 A경위는 전화도 받지 않았으며, 순찰차에 부착된 GPS 수신기 전원도 꺼져 있었다.

긴급한 상황임을 인지한 경찰은 A경위의 아내 B씨를 지구대로 불러 남편에 대한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5~10분 가량 지난 후 112를 통해 확보한 A경위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는 해당 지구대로 잡혔다.

이를 확인한 동료들은 A경위가 휴대전화를 놓고 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지구대 수색에 나섰으나 성과는 없었다.

1시간여의 소동을 벌인 끝에서야 A경위의 휴대전화 위치가 지구대로 잡힌 이유가 파악됐다. 충북경찰청 112신고센터 직원이 실수로 A경위의 휴대전화번호가 아닌 아내 B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오류를 확인한 경찰은 A경위의 휴대전화번호를 다시 입력해 위치정보를 추적, 실종 당일 오후 8시 50분께 위치를 확인했다.

긴급출동에 나선 경찰은 이날 오후 9시 3분께 목 부위에 총상을 입은 A경위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A경위와 B씨의 휴대전화 뒷 번호 4자리가 같아 발생한 착오"라며 "30분~1시간여 추적 공백은 있었지만 위치추적이 이뤄지기 전에 A씨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A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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