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로 시작되는 노래 '봄날은 간다'는 1953년 발표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봄날은 간다의 노랫말이 미래통합당에게 처절한 4월 15일이었다. 4연속 참패에 더 이상 변명과 실망은 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지만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는 현수막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진보가 몸을 즐겁게 하는 댄스음악이라면, 보수는 마음을 울리는 트롯에 가깝다. 최근 트롯은 가요계의 곁불이나 쐬는 처지에서 벗어나 대중가요계를 이끌고 있다. 트롯이 국민 심금을 울리는 사이 보수는 4·15 총선에서 참패를 기록하며 우리를 울리고 있다. 그러나 보수의 참패일까? 총선 결과가 보수의 참패로 인정되려면 미래통합당이 보수를 대변한다는 전제가 참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전제는 거짓이 아닐까 의문이 든다.

보수는 진보에 대응한 상대적 개념이다. 급진적 변화를 원하는 진보에 반해 보수는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한다. 또한 과거 파란색이었던 보수의 색이 최근에는 빨간색이듯 보수의 정책도 변화한다. 그러나 상대적 개념이라 하여 즉 민주당이 진보를 대표하니 미래통합당이 보수를 대변한다고 전제는 문제가 있다.

미래통합당이 보수를 대변하지 못하는 이유로 첫째. 내일을 향한 합리적 결정의 부존재이다. 변화를 향한 합리적 범위에서 좌우는 방향의 차이고, 보수와 진보는 속도의 차이인데 이 당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보수든 진보든 내일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시대를 따라 가지도 못한다. 오로지 일관성 있는 것은 여당에 대한 반대였다.

둘째.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럼 보수는 질서정연한 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는 늦지만 안정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많은 이들이 보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본 미래통합당은 좌충우돌이었다. 자기들끼리 헐뜯고, 돌을 던지는 당을 보수의 대변자로 인정할 수 없는 중도보수층은 민주당을 선택했다.

셋째.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는 노랫말처럼 국민이 웃을 때 같이 웃고, 국민이 울 때 같이 울어야 동질성을 느껴서 실없는 기약이라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래통합당의 표밭인 보수층이라도 동질성을 느꼈다면 이런 참패는 없었을 것이다.

이같은 세 가지 이유로 미래통합당이 보수를 대변하는 자격을 갖추었는지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선거 3연승에 견제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좌우가 균형 있게 포진하는 것이 좋다. 보수와 진보가 조화롭게 배열을 해야 한다. 전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고, 안팎으로 엉망이며, 무엇보다 국민들과 동떨어져서 사는 당을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좋은 노래는 언제 만들어졌든 좋은 가수가 부른다. 6·25 전쟁이 멈춘 시절 탄생한 '봄날은 간다'는 시인들이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로 선정되고, 오늘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부르며 국민과 함께 한다. 그러나 좋은 노래도 음정·박자 다 틀리는 가수가 불러서는 인기를 끌지 못한다. 보수라는 노래를 그렇게 못 불러서야 누가 선택하겠는가! 전라도만 믿다가 봄바람에 사라진 민생당을 미래통합당은 기억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놀고먹던 그런 봄날은 갔다. 국민이 울 때 같이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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