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이 근무한 청주시 흥덕구 현대백화점 충청점이 9일 임시 휴점 안내문을 내걸고 영업을 중단했다. / 김용수

용인시 66번 확진자로 시작된 이태원발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대한민국을 다시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2월무렵부터 석달넘게 이어진 코로나의 공습에 경제를 비롯해 우리사회가 입은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몰락 등 소비시장은 무너졌고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예측불허의 상황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취약계층 등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허술한데다 작동까지 늦어져 사회불안을 가중시켰다. 신천지로 인해 대구·경북이 초토화되는 상황을 겪고 나서야 코로나의 기세가 잡혔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같은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 과정속에 학교는 학생없이 텅빈채 한 학기의 절반을 넘기게 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뿌리를 내린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다. 모임과 사교활동 등이 자취를 감추는 대신 가정과 가족의 비중이 더 커졌고 삶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더구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택배 등 배달관련 산업이 몰라보게 커지는 등 주변의 경제상황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인데다 앞으로 전개될 방향이 불확실한 만큼 모든 상황이 당혹스럽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와 충격은 방역과 의료현장에서 확인할수 있다. 개인위생수칙의 중요성과 우리 의료진의 헌신은 재난속에서 찾아낸 희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파장속에서도 코로나 후폭풍은 고사하고 감염 차단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가장 심각한 경제는 바닥을 모른채 아직도 추락중이다. 두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재앙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픔을 몸으로 겪는 중에, 더 나아가 얼마나 더 상황이 나빠질 지 모르는 가운데 재앙의 재발이라는 공포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다. 지난 황금연휴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클럽에서의 집단 감염 얘기다. 종교시설보다도 감염확산에 더 취약한 유흥시설인데다 방역을 위한 조치는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기간 문제가 된 이태원 클럽들을 다녀간 인원은 7천명이 넘는다. 연락이 안되는 인원만해도 3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은 젊은이이어서 증상을 외면하거나 무시하기 쉽고, 활동량이 많아 확산위험은 일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다. 한마디로 추가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클럽중 일부가 성 소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확인돼 방문자 확인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상에서도 감추기 급급한 부분이 감염병과 맞물려 더 은밀하게 숨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이태원 클럽 확산의 위험성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추가확진과는 거리가 멀고 전체적으로도 발생이 미미했던 충북에서 곧바로 확진자가 나타났다. 군부대와 제주도 등의 사례도 심각성을 말해준다. 방역당국의 뒷수습말고는 달리 방법도 없다. 다행히 자진신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방문자들의 빠르고 적극적인 협조가 재앙 재발을 막는 길이다. 다만 이번 일은 타산지석에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길어진 방역에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현실에서 경감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지금이 고비고 기로다. 생활방역이 무너지면 재앙은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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