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노래
오월의 노래
  • 중부매일
  • 승인 2020.05.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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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영옥 수필가

어머니!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겨울을 이겨내고 이제 나무들은 또다시 꽃을 피워 올립니다. 온 겨울을 맨몸으로 이겨낸 나무들이 하얗게 꽃을 피워냅니다. 조 이삭처럼 작은 알갱이 꽃들이 나란히 붙어 피어나는 다복한 조팝꽃, 하얀 쌀밥처럼 윤기 흐르게 피어나는 이팝꽃, 고봉고봉 밥사발 가득 소복하게 피어나는 사발꽃, 그 자리를 이어 이제 나무에서 빨갛게 매어달릴 산딸나무까지 차례로 흰 꽃들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압니다.

이 꽃들이 보릿고개를 넘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하얀 쌀밥도, 빨간 딸기도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또다시 배고픈 마음으로 어머니 앞에 서봅니다. 온갖 기름진 물질로도 채우지 못한 허기와 그리움들을 안고 어머니를 불러봅니다. 어머니 앞에서만이 우리들이 가진 배고픔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날로 이기와 탐욕으로 물들어 갑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더 많은 것을 채우기 위해 매달립니다. 어느새 우리는 옆도, 뒤도 돌아볼 줄 모르는 자기만의 세상 속에서, 그래도 열심히 살았노라고 자부합니다. 그 자부심이 이제는 우리를 교만하게 합니다. 우리들의 이 오만과 교만이 한낱 감기 바이러스에 지나지 않던 오늘의 코로나19를 만들었고 세상은 지금 아비규환 속에서 지쳐가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쉼 없이 열심히 달려온 결과가 허망하게 한 순간 무너져 버린 모습에 지금 우리는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고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자만은 결국 우리를 여기까지 이르게 하였습니다. 이제껏 우리는 남의 마음을 탐지하는 일을 지혜로 여기면서, 불손하게 구는 일을 용기로 여기면서, 남의 비밀을 들추는 일을 정직으로 여기면서, 그것이 교만인지도 모르면서 살아왔습니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며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백신 개발이라는 인간의 능력을 과시하며 종식을 선언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겸손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 오만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는 저희들을 순종과 겸손의 표상이신 어머니의 모습,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채울수록 더욱 비어가는 이 마음을, 이 허기를 당신이 지닌 겸손과 순종의 모습으로 채워주소서.

그리하여 혹독한 겨울을 빈 몸으로 견디며 하얗게 꽃을 피워내는, 그래서 그 꽃으로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나무들의 마음을 주관하는 자연의 뜻을 저희가 알게 하소서.

김영옥 수필가
김영옥 수필가

인내의 결실로 맺어진 하얀 꽃들의 열매처럼 저희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스스로 자제하고 절제하는 인내의 정신을, 오만과 방종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욱 낮은 곳으로 몸을 굽히는 자세를, 그것이 곧 우리 생활 속에서 순교의 정신임을 저희가 깨달을 수 있도록 어머니, 도와주소서.

이팝꽃, 고봉꽃, 그리고 산딸나무꽃…. 이제는 이 꽃들을 허기진 그리움이 아닌, 어머니를 향한 충만한 사랑의 노래로 다시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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