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종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등교개학 연기 영향으로 급식용 우유 소비 상황이 급변하면서 낙농가와 유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이미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학교 급식도 중단되면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학교급식 우유 시장은 연간 1천600억원 규모로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1년에 8개월 가량 매일 우유를 소비하는 중요한 시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고 다시 온라인 개학으로 변경되면서 급식으로 납품되는 우유가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그대로 낙농농가와 관련업체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급식 우유를 납품하는 주요 업체들은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낙농가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는 우유 가격은 낙농가와 정부, 유업체가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조정한 가격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요가 넘쳐도 가격은 내리지 않는' 기현상도 큰 골칫거리다. 따라서 범 정부, 관련 기관 및 농협 등 차원의 수매 등 급한 불을 끌 만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유제품업체의 1+1 행사 등 소비 촉진과 더불어 농협 등에서도 '우유 한잔 더 마시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전국민적인 소비운동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4~5월은 낙농농가들의 원유 생산이 증가하는 시기인데 학교급식 중단, 수출 감소 등 수요감소에 따른 낙농가의 위기감이 커져 우유 소비 촉진 운동의 동참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과거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일"이라고 영국 처칠 수상은 완전식품으로서 우유의 우수성을 표현했다. 우리가 먹고살기 힘들던 1970년초 163.7㎝였던 고교 2학년 남학생의 평균 신장이 2018년에는 173.2㎝로 9.5㎝나 커지는 등 청소년의 신체발달이 촉진된 것도 전반적인 영양개선 특히 우유보급이 보편화된데 힘입은 바 크다.

국내 낙농기술 수준과 낙농농협의 경영규모 발달에 따라 공급량은 늘어난 반면 그동안 증가하던 '마시는 우유' 소비량이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로 낙농가들이 역사상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유의 수급불균형 문제는 거의 모든 낙농 선진국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지만 현 사태는 천재지변과 마찬가지다. 낙농업이 건강을 지켜 주는 필수산업의 하나인 만큼 정부와 범국민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낙농농가와 낙농농협 등에서는 우유의 우수성 홍보를 더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소비확대책을 적극 펼쳐야한다. 요구르트 치즈 등 개학이 늦어진 학생 맞춤형 유제품시장에서 국산품 비중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수입혼합분유와 원가 차이가 있지만 국산 신선우유를 사용한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코로나 19에서 점차 벗어나는 중국 등 해외 틈새시장도 공략해야 한다.

이종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종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런 노력들이 성공을 거두려면 생산자와 낙농단체, 유업체, 농협 및 범 정부단체가 협력해 고통을 분담하고 국내 낙농업 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컨센서스를 도출해야 한다.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거칠수도 있다는 각오를 되새기면서 관계자들의 힘과 지혜를 모으고 정부가 지원한다면 우리 낙농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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