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여파로 초등학교 1~3학년들이 20일 온라인 개학을 한 가운데 청주시 상당구 용암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습 자료를 확인하며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교육계가 또 한번 직격탄을 맞았다. 집단 감염의 가능성이 이제껏 미뤄왔던 등굣길을 또 막은 것이다. 일단은 학교급과 학년에 따라 당초 예정보다 1주일 연기됐으나 추가로 더 연장될 수도 있어 걱정이 적지 않다.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올해 학교에서의 수업은 석달이나 늦춰졌다. 한 학기의 절반, 1년 학사일정의 1/4이 그냥 날아간 셈이다. 더 이상 개학을 연기할 수 없어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시행하는 원격수업이 마뜩치 않은 가운데 정상적인 학교교육에 대한 갈망만 커졌다. 특히 대입 학사일정을 앞둔 고3 학생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먼저 대입에 필요한 교육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1학기 중간고사도 그렇고, 오는 21일로 예정된 학력평가는 눈앞의 일이다. 시간상으로 빡빡하기는 해도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지만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속이 터진다. 재학생들만의 경쟁이라면 같은 처지로 볼 수 있겠지만 이미 재수생들과는 너무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이런 까닭에 고3 학부모들은 그야말로 아우성이다. 몇달 남지도 않은 대입준비로 일분일초가 아쉬운 판에 수시선발 관건중의 하나인 학교시험 여부도 불확실하니 말해 무엇하랴.

고3이 아닌 다른 학년 학생들도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다.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고, 부족해진 교과수업을 보충하느라 비교과수업이 홀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대면수업이 꼭 필요한 초등 신입생은 물론 상급학교 진학으로 다른 환경을 맞아야 하는 중1, 고1 등도 적응에 애를 먹을 판이다. 6월에 등교하는 이들에게 1학기 중간고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또한 코로나 예방을 위한 기초 방역활동이 더불어 진행되는 만큼 학교수업이 제자리를 찾는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2학기도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고1 학생들의 2분기 등록금 문제가 더해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제대로 된 공부도 못한 채 가지도 않은 학교 등록금 납부는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3월 이뤄진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과의 형평성이 지적된다. 대학가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부실수업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내세워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고육책으로 실습에 한해 선별적 대면수업을 시작했지만 다른 때에 비해 여러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코로나로 인해 교육현장이 온통 멍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단감염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상황에서 등교를 강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생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안전과 학습권 보장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대안으로 고른 원격수업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교육당국은 발등의 불을 끄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원격수업이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도록 보완하고 다듬는 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 불똥이 계속 쏟아져 피할 수 없다면 불씨를 없애야 한다. 백약이 무효인 상태라면 솔직한 자세로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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