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박행화 옥천여자중학교 교사

우린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새 책, 새 노트, 새 친구, 온통 새로움이었던 봄날의 교정을, 수줍은 신입생의 모습과 어색한 긴장감 속의 호기심 어린 교실의 모습을, 교정의 화단은 수선화 아기 팬지 동백꽃이 앞다투어 피고 있지만 싱그러움을 잃은 교정은 새소리만이 그리움을 대신할 뿐이다.

갑작스러운 휴업. 입학식도 못해 신입생 전화번호 알아내고, 아이들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학습터를 개설해 가입시키고, 학년 교사 톡, 학급담임 톡, 학급 톡, 전체교사 톡, 부장 톡 등 수십 개 단체 카톡의 울림을 들으며, 대면하지 못하고 글로만 전달해야 하는 답답한 아픔을 겪었다. 수많은 가정통신문과 안내문을 작성하고, 전화상담실 직원인가 싶을 정도로 전화기를 붙들고 아이들에게 온라인학습 안내를 하면서, 교사란 직업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동료 선생님도 있었다. 이건 기쁜 일? 슬픈 일?

점점 길어져 가는 휴업. 참으로 버거운 나날이다. 가장 효율적인 학습 플랫폼을 선택하기 위한 여러 차례 회의, 학부모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교육 앱 마련,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자재 조사와 구매, 많은 프로그램과 기기들에 대한 각종 연수, 모든 것이 처음이고,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은 우리를 너무도 힘들게 했다. 혼란 속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어느 선생님은 연수 중에 "우리 함께 비 맞으며 갑시다"라고 하여 감동을 줬고, 서로를 믿고, 서로를 도와가며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임을 느끼며 어려움을 이겨나갔다.

처음으로 실시하는 온라인 개학식의 긴장감. 얼굴도 모르고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막막함. 그러나 보고파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에 긴 휴업으로 지쳐있을 아이들을 위해 개학식 영상을 찍기로 마음을 모았다. 교장 선생님의 환영 인사, 학년별 담임들의 재치 있는 인사, 교과를 맡은 선생님의 인사, 교실 소개, 급식소 선생님 소개, 행정실 소개, 학교의 풍경, 개학을 위해 각 교무실에서 분주히 일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모습들을 담았다. 누구도 싫다는 소리 없이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해주었고,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려고 소품을 준비하고, 피켓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교정은 웃음이 넘쳤다.

첫째 날 1교시는 개학식 영상과 온라인 학습안내를 하였고, 둘째 날은 1교시는 창의적 체험 활동으로 '세 단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라는 담임과의 이색적인 소통의 시간을 마련했다.

다음은 일상의 학교 풍경이다.

대화 1. 어느 날 신규 샘이 "00샘은 신기해요." "왜?" "ppt에 영상 녹화도 된대요."라고 새로운 기능을 이야기하면 "으응 어쩌지? 난 잘 모르는데." 하시고는, "다음 날에는 ppt 영상 녹화하고 계세요. 정말 대단하셔요."

대화 2. 샘들의 대화 "밴드에 비밀 댓글 기능이 있어요." "그래? 수줍음이 많은 학생한테는 좋은 기능이네, 다음엔 과제를 비밀 댓글로 해야겠다."

대화 3. "샘 밴드에 동영상 재생률도 나와요." "그래? 정말 신기하네, 동영상 재생률 낮은 학생에게 개인톡을 해서 영상 보라고 해야지."

대화 4. 줌 영상 수업 중 학생과 샘의 영상통화 "샘, 영상이 안 나와요. 줌이 렉 걸렸나 봐요." "아냐, 아냐, 좀 기다려봐. 내가 잘 몰라서 잘못해서 그래."

코로나 휴업으로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끊임없이 물어보고 답하고, 교학상장의 모습이다. 아이들의 과제 댓글을 다시던 샘은 "오로지 수업 연구와 학생들과의 온라인 소통에 전념하다 보니, 교사 본연의 모습을 찾은 것 같다"고 새로운 즐거움을 이야기하셨다.

또한 원격수업을 두려워하던 샘들이 점점 용감해짐을 느낀다. ppt 녹화수업, 오켐을 이용한 수업, 밴드 라이브와 줌을 이용한 쌍방향 수업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신다. 자칭 컴맹이라며 기기사용을 두려워하던 샘은 "ppt 녹화를 하는데 ppt 첫 화면 인트로를 재미있게 해야겠다"면서 동영상 편집 앱을 공부하고 있다. 어떤 샘은 "도대체 배움의 끝은 어디인가? 나 너무 많이 배웠어. 내 머리가 과부하 걸리겠어"라면서 웃는다. 새로운 시작인 봄.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원격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놀라움 그 자체다. 수업은 점점 다른 시도로 다양해져 가고, 우리는 그로 인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에게 당혹감을 주던 원격수업은 우리에게 또 다른 자신감과 가능성을 주는 계기가 됐다. 누구도 원치 않았던 시작이었지만 새로운 배움으로 변해가는 것을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박행화 옥천여자중학교 교사
박행화 옥천여자중학교 교사

"어려움 한 가운데 기회가 있다"는 진리를 몸으로 체감하며 미래교육에 대한 걱정이 어느덧 사라졌다. 우리를 불안케 하던 미래 교육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될 것이고, 새로운 도전이었던 원격수업은 미래 교육의 마중물로 우리 교육에 새로운 생명수가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래도, 얘들아. 너희들과 마주 보며 함께 하고 싶구나. 어서 빨리 오렴.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