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사회복지 분야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언뜻 IoT나 ICT는 사회복지와 크게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모든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기술이란 인간이 필요한 것에 스스로 관심을 가질 때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복지와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은 당장 생활에 불편을 겪는 대상자들의 일상을 지원하기에도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니 ICT 융합은 먼 이야기로 들린다. 다행히 대학은 현장에서 느끼는 시급함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자유로운 논쟁 속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좋다.

이번 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진행하는 'ICT를 통한 착한상상 프로젝트' 공모사업을 의논하는 수다에서 시작했다. 바리스타를 양성해서 자립을 꿈꾸는 자활센터 이야기를 시작으로 근로 능력이 미약하여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가 발전해 나갔다. 자활대상자, 장애인, 노인 등 취업이 어려운 근로취약계층(우린 이 그룹을 이렇게 칭하기로 했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그들의 현실을 강력하게 대변했다.

결국, 자리가 커져서 각 기관 담당자들을 학교로 모셨다. 지역자활센터장, 시니어클럽 관장, 직업재활시설 원장님은 큰 호응을 보였다. 특히, 간담회 후 각 기관의 생산제품이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우리 교수진은 온라인판매플랫폼을 제작하고 적극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플랫폼은 단순 상품 나열식이 아닌 동영상을 기반으로 M(Millennial) 세대와 Z세대를 겨낭한 SNS 홍보 등이 가능하도록 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관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회복지시설이 자체 판매플랫폼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부 지역의 경우 지자체 지원의 온라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딱히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전국적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제작·운용하는 플랫폼(www.sepp.or.kr)도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었다. 문제의 정확한 진단과 수요 측정을 위한 사회복지학과, 접속자 및 판매내용 분석을 위한 빅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생산품 판매를 도와줄 마케팅 및 디자인학과 교수들이 모여 융합을 시작했다. 학교도 이 일에 적극 협조해 대응자금까지 마련해 주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5월 8일 프레젠테이션까지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시간은 매우 의미 있었다.

우리 제안서가 선정되지 못한다 하여도 이 문제의 해결 대안은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국내 유통업체 매출은 온라인 시장이 34.3% 증가했다. 비대면 소비 증가로 온라인 시장은 계속 성장해왔지만, 근로취약계층이 생산해 낸 제품은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렇게 가면 우리가 정의한 근로취약계층의 자립은 더 어려워지고 결국 정부의 재정의존도만 커진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복지의 책임 주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명시하고 있다. 단순 생계 지원을 넘는 지원 방식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마침,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에서 IT 뉴딜 정책이 발표되었다. 사람의 삶을 나아지게 할 디지털 사회혁신, IT와의 융합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 한 가지 더. 혹시 이번 공모에서 탈락해도 플랫폼 제작을 위한 노력은 당분간 계속해보기로 했다. 포기하기엔 필요성 만큼이나 가능성도 높아 보이기 때문이고, 앞으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공유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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