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파란만장했던 20대 국회 임기가 오는 29일 마무리된다. 이제 불과 보름 남짓 남았다.

20대 국회가 한 일을 보면 암울하다. 지난 2016년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는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탄핵의 여파로 여야는 임기 내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은 갈등의 정점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의 처리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은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제외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는 '육탄전'을 벌였고 무더기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던 국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결국 '여의도 정치'가 실종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대 국회는 출범 당시 '일하는 국회'를 표방했다, 그러나 13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묶여 있는 법안은 모두 1만5천703건에 이른다. 이는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전체 법안 2만5천156건중 62.4%에 달하는 수치다.

29일로 종료되는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처리율로만 보면 지난 19대 국회 42.3%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재까지만 보면 역대 가장 낮은 법안 처리율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기에 충분하다. 지난달 개회된 4월 임시국회가 오는 15일이면 끝이 난다. 20대 국회가 사실상 문을 닫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여야가 다음 주에 다시 임시국회를 다시 열고 민생관련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묶여 있는 법안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법안, n번방 재발 방지법 등은 시급하게 처리돼야 한다.

학교 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병 발생 국가에서 입국한 학생·교직원의 등교를 중지할 수 있는 학교보건법 개정안과 감염병 위기 경보 시 단기체류 외국인에게 숙박신고를 의무화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코로나19 대응 대표적 법안이다.

또 예술분야 종사자기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근로 능력과 구직 의사가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청년·영세 자영업자 등에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씩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구직자 취업 촉진 및 생활 안정지원법 제정안'도 계류돼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물 등 불법 촬영물의 유통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과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등 유통 방지 책임자를 지정해 해마다 투명성 보고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n번방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들도 처리되지 못했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20대 국회의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로 아직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할 시기다. 묶여 있는 법안이 산적해 있고 해야 할 일이 많다.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국민 앞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땅에 떨어진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다. 20대 국회 첫 발을 디뎠을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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