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이 공동 추진한 '지역 교육 경쟁력 강화사업'이 두 단체 수장의 샅바싸움에 밀려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다.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대상 학교 선정 기준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 서로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한순기 충북도기획관리실장은 지난 12일 "(명문고 육성사업의 하나로 공모한) 지역 교육 경쟁력 강화 지원사업의 신청 기간을 연장했으나 신청서를 낸 학교가 없어 자동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도내 일반계 고등학교 7∼9곳을 선정하고 학교당 최대 1억5천만 원을 지원해 학업 성적과 교사의 사기를 높이는 명문고 육성 사업의 하나로 이 지사가 지난 1월 김 교육감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은 지난 2018년 12월 초·중·고 및 특수학교의 무상급식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명문고 육성 사업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단체는 큰 틀에서 명문고 육성사업에 합의했으나 대상 학교 선정 기준을 놓고 서로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충북도는 평가 방법으로 정성평가 50%와 정량평가 50%, 도교육청은 정량평가를 뺀 정성평가 100%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아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도 관계자는 "이 사업은 남녀공학 비율 등 형평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평가안을 마련해 지역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명문고를 육성하는 사업"이라며 "정성평가만으로는 객관적 평가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충북도 명문고 육성 방안을 교육부와 도교육청이 외면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도교육청 입장은 충북도 주장과 다르다. "주요 대학 진학률과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토대로 한 정량평가를 반영하면 학교 서열화가 우려된다"며 정량평가를 뺀 정성평가 100%를 주장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공모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충북도가 주장하는 최근 3년간 명문대 입학 실적, 수능 등급 비율 등 정량평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정 권고 사안이라며 학교 측 예산 활용 프로그램 등을 평가하는 정성평가로 학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도교육청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청주지역 사립고가 먼저 공모사업 불참을 결정하고 타 지역이 동참하면서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충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지역교육 경쟁력 강화사업이 도교육청의 비협조로 무산되자 일부에서는 명문고 육성사업을 원점에서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두 단체 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으면 인공지능 영재학교 유치사업과 교육문화복합센터 건립 등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굴직한 교육 현안사업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명문고 육성사업은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한목소리를 내고 움직여도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전국에 내놓을만한 명문고가 없는 충북 입장에서 지역교육 경쟁력 강화사업은 서둘러야 한다. 두 단체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자기 입장만 고집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누구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자. 그러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