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황학정의 활쏘기 경기장면. / 출처 국가기록원
1959년 황학정의 활쏘기 경기장면. / 출처 국가기록원

문무세계를 넘나든 활쏘기

활쏘기는 활을 사용하여 화살로 목표물을 맞히는 기술이다. 우리에게는 '국궁', '궁술', '궁도', '양궁' 등의 이름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올림픽 궁도에서는 우리나라가 단연 세계 최정상이다. 그래서 스포츠계에서는 '대한민국은 왜 활을 잘 쏘는가?'라는 질문이 많다. 우리의 전통 활쏘기는 고대부터 가장 중시한 무예였으며, 활과 화살의 우수성은 오래된 중국문헌에도 나올만큼 유명하다. 또한 개국시조뿐만 아니라 많은 왕들이 명궁소리를 들었다.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 조선을 세운 이성계, 그리고 정조, 특히 후삼국 시대의 폭군이었던 궁예도 활쏘기에 능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활쏘기의 절정을 이룬 것은 조선시대다. 조선 500년동안 사풍을 장려하고 무과시험으로 인재등용도 했으며, 문치주의의 풍조와 함께 무예 수련과 더불어 심신수양의 하나로서 군자가 익혀야 할 육예(六藝)의 한 가지였다. 이처럼 활쏘기는 군사적 수단을 넘어 인간 덕성을 함양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이기도 했다.

개화기 신식군대와 무기들로 인해 전통 활쏘기가 쇠퇴하던 시기에도 고종은 광무 2년(1898년)에 지금의 경희궁 회상전 북쪽에 '황학정'이라는 활터를 만들어 활쏘기를 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후 1909년에는 동대문 창신동에서 이상필, 이용문 등이 중심이 되어 '사궁회(射弓會)'를 발족하며 우리 전통활쏘기의 맥을 이었다.

일제강점기와 서양의 양궁이 유입되면서 우리 활쏘기는 침체되는 듯 했으나, 오히려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활쏘기가 유행했다. 대표적인 예로, 1916년 7월에는 경성궁술회(관덕회)라는 활 쏘는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이후 1919년의 3·1운동을 거쳐 1922년에 서울 경기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활터의 사두(射頭)들이 모여 '조선궁술연구회'를 발족한데서 알 수 있다. 또한, 1929년에는 활쏘기 용어와 습사용 각궁의 제작 방법, 활쏘기 학습 순서, 활터 예절 등을 성문화한 '조선의 궁술'이라는 책이 발간됐고, 1928년 7월 13일에 황학정에서 처음으로 전조선궁술대회가 열렸다. 조선궁술연구회는 1926년 5월 '조선궁도회'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해방이후 1946년에 다시 '조선궁도협회'로 개칭해 1954년 3월 대한체육회에 가맹하여 전국체전의 스포츠종목이 됐다. 1963년에는 대한궁도협회가 IOC 종목단체인 국제궁도연맹(FITA)에 가입했으며, 1983년에는 양궁이 대한양궁협회로 분리되기까지 20여년간 양궁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홍도의 활쏘기
김홍도의 활쏘기

무형문화재를 꿈꾸다

현재 전국의 활터는 모두 380여개 이상으로 한국형스포츠클럽의 원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어딜가나 활터가 있다. 이 활터에는 각각의 활터 이용과 관련된 규약인 사계(射契: 활을 쏘려고 사정(射亭)에 모인 사원(射員)들로 조직한 단체의 규약)가 있다. 하지만 정부나 일부 지자체들의 담당자 인식에 따라 전통 활쏘기의 모습을 보존하는데는 차이가 많다. 조선시대의 장안편사를 비롯하여 터편사(射亭便射, 사정끼리 기예비교), 골편사(洞便射, 일종의 지역대항전) 등 다양한 형태의 편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몇몇 활터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전통활쏘기 문화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 국내에서 설립된 시기가 명확하고 역사적 가치가 분명한 100년 이상된 활터가 30여개 이상 존재한다. 그리고 이 활터에서는 사계와 편사를 통한 전통의 명맥을 유지하고 지역문화의 가치창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전통활쏘기를 보존하고 후속세대에 전수할 국가무형문화재 등재 예고가 이루어졌다.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그리고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최종 지정되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발 빠른 행보가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터키정부가 지속적인 노력으로 그들의 전통 보사(서서 쏘는 활쏘기)와 기사(말을 타고 쏘는 활쏘기, 터키스타일 '쿼바크')를 인류무형유산에 등재시켰다. 이 때문에 우리 전통활쏘기의 등재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전통무예중 하나인 우리 활쏘기가 그동안 양궁에 밀려 외면되어 오다가 최근 정책적인 관심이 생겼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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