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스승의 날에
  • 중부매일
  • 승인 2020.05.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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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은 행사가 많다. 그 중 '스승의 노래'는 늘 기억에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이 노래를 들으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5월 15일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날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에서 따 왔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만백성에게 가르친 스승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한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은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 못지않은 축복이다. 예의를 중요시하던 우리나라에서 스승은 그 아버지와 동격으로 생각하여 늘 공경했다.

싱그러운 오월의 신록과는 다르게 아들은 우울 모드였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토요일 집에 와서 일요일 저녁에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말도 안 하고 밖에도 나가지 않는다.

남편의 사십 구제를 지내자마자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간 아들. 슬픈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한 채 떨어졌다. 나 역시 힘들긴 마찬가지라서 내 몸 건사하기도 지쳐있던 때다.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만사 귀찮아하는 아들은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할 제 어미에게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선생님께 상의 드렸다. 아이가 우울증을 앓는 것 같다고. "어머니 아이들은 우울증이라고 안 해요. 사춘기를 겪는 것 같아요." 그런 뒤 전화가 걸려왔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그 후 아이는 밝아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생님은 아이와 한 시간 넘게 상담을 하셨단다. 선생님도 너처럼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그런 후에 취직해서 엄마를 보살펴 주는 것이라고….

우리 아이처럼 한 부모나 조부모하고 같이 생활하는 아이가 많다고 말씀하신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아버지처럼 지켜주시던 다정한 선생님. 아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 주시고 방향도 잡아 주셨다. 꿈과 목표를 위해 든든한 인생의 나침판을 세워주시고는 아이가 2학년 때 전근을 가셨다.

남편 없이 산다는 것, 아빠 없이 공부하기도 힘든 환경이다. 왜 우리 사회는 남편이 뭐 하는지,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궁금한지 지금도 모르겠다. 평범한 가정일 때는 모르고 살다가 남편이 없는 세상의 차별을 절실히 경험했다.

마음고생 끝에 졸업을 하였다. 아들과 아들 친구를 부르신 선생님. 손수 삼겹살을 구워 제자들에게 주고 술 따르는 법도 가르치셨다. 인생의 첫 술잔을 선생님께 예법에 맞게 교육을 받은 셈이다. 아빠가 없는 아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자리임을 느꼈다. 두 손으로 술잔을 받아 얼굴 돌리고 마시는 상상만으로 가슴이 찡했다. 그날 선생님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강조하셨단다. 부단히 노력해서 크게 성장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들었으리라.

누구나 스승이 있게 마련이고 때로는 제자가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내가 스승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삶은 배움과 가르침이 끝없이 이어지는 존재이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움은 끝이 없어야 되고, 그러한 배움을 위해서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어야 한다. 학문도 그 과정을 거듭 쌓음으로써 깊어지고 순화되는 것이다.

아들의 인생에 있어 가장 슬펐던 시절을 사랑으로 보듬어주신 선생님. 사제지간의 따뜻한 감동처럼 늘 그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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