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주말부부 4년차인 직장인으로서 올초까지 1년 내내 하루 세끼가 제공되는 구내식당에서 불편 없는 식생활을 하다가 코로나19로 아침, 저녁을 직접 해결해야 하는 비상상황이 되면서 자취생 같은 생활 속 전쟁이 시작되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장보기, 식사 준비와 설거지가 점차 힘든 가사노동이 되어가다가 비용과 식사의 질 측면에서 나은 점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느끼면서 식사를 위한 가사노동 4개월 만에 비명과 함께 포기 선언을 해 버렸다.

근처 식당에 가면 시간과 돈과 노고가 모두 해결되는 것임을 왜 사서 고생을 했는지…. "당신은 집에서 맨날 뭐하느라 바뻐?"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농담 반 섞어 했던 말이 망언이었음을 절실히 느끼게 해 준 4개월이었다.

21일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인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을 담아 21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인데, 부부생활 22년차가 되었어도 일심(一心)의 의미는 내게 아직도 먼 것 같다. 아내의 가사노동의 노고를 절실히 느낀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니.

결혼도 하나의 사회제도라는 점에서 세태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정서상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의미는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어머니는 아들의 반을 완성시키고 나머지 반은 아내가 완성시킨다'는 로망 롤랭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면 남자에게 결혼은 더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가난할 때 친했던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함께 고생한 아내는 내보내지 않는다'는 조강지처의 의미를 소중히 생각하며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일지라도 아내의 밥상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부부의 날을 맞아 가늠해 본다.

오늘따라 벤 E. 킹의 'Stand by Me' 노래가 참으로 찰지게 들려온다. 존 레논의 버전도 참 괜찮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