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세종대왕의 창조·애민정신 되새긴 숭모제전 봉행

제례를 진행하는 종묘제례보존회와 영릉봉향회. / 사진제공=전통플랫폼 헤리스타
제례를 진행하는 종묘제례보존회와 영릉봉향회. / 사진제공=전통플랫폼 헤리스타

"행헌화례(行獻花禮), 찬례도헌화관승자동계예신위전 헌화(贊禮導獻花官陞自東階各詣神位前 獻花), 찬례계청헌화관삼상 향(贊禮啓請獻花官三上 享)."

지난 15일 세종대왕 탄신 숭모제전 집례를 맡은 이상훈 인류무형유산 종묘제례보존회 전례부 차장의 창홀이다. 제례의식의 절차를 적은 글을 홀기라고 하는데, 홀기를 읽는 제관을 집례라고 한다. 집례는 홀기를 순서에 따라 낭독해 제례 절차를 감독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저 홀기에서의 상황은 제관 중 찬례가 헌화관이 신위전에 헌화하도록 동쪽 계단으로 올라 인도하고, 헌화 후에는 헌화관이 향을 세 번 올리도록 청하라는 뜻이다. 이날 제단에 올려진 화환은 문재인 대통령 명의다.

이날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세종대왕릉 영릉(英陵) 정자각에서는 세종대왕 탄신 623돌을 기념하는 숭모제전(崇慕祭典)이 봉행됐다.

숭모제전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양력 5월 15일)을 맞아 한글 창제를 비롯해 국방, 과학, 예술 등 여러 방면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 탄신을 기리고 그 위업을 드높이기 위한 행사다.

올해 숭모제전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반 관람객은 참관하지 않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재숙 문화재청장, 이항진 여주시장, 이귀남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이사장,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과 한글 관련 단체 및 세종대왕 후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례악, 경축공연, 부대행사를 제외하고 간소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주세종문화재단(이사장 김진오)은 온라인으로 숭모제전을 참관할 수 있도록 여주시 유튜브채널에 최태성 한국사 강사, 이새윤 배우가 숭모제향 의식을 해설하는 생중계를 진행했다.

수릉군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화환을 올리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 / 사진제공=전통플랫폼 헤리스타
수릉군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화환을 올리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 / 사진제공=전통플랫폼 헤리스타

숭모제향은 ▶헌관의 분향과 헌작, ▶축관의 축문 낭독, ▶헌다례, ▶문체부 장관의 헌화(대통령 명의)와 분향, ▶망료례 및 예필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헌관인 김명준 문화재청 세종대왕유적관리소장의 헌작과 함께 축관은 "이천이십년오월십오일 세종대왕 탄신 육백스물세돌 숭모제전을 올림에 즈음해 삼가 대왕의 영전에 아뢰옵니다. 민족문화의 창달과 국운의 융성을 위해 대왕께서 기울이신 성덕과 이룩하신 위업을 숭모해 온 겨레의 정성을 모아 올리오니 여기에 임하시어 흠향하시옵소서."라고 한글 축문을 올렸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화환을 든 한국문화재재단 영릉 수호군(守護軍, 수릉군)과 함께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찬례의 인도로 정자각에 올라 헌화하고 분향했다.

헌화를 마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축사에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은 한류 열풍의 핵심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며 국격을 높이고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소중한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계승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되새겨 코로나19를 슬기롭게 함께 극복하자"고 말했다.

나명하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은 "내년 숭모제전은 모든 국민이 함께 세종대왕의 탄생을 경축하고 애민정신을 되새기는 날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앞으로도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세종대왕의 위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주관으로 거행된 세종대왕 숭모제전은 문화공보부에 세종대왕유적관리소가 신설된 1977년에 처음 거행되었으며 1982년부터는 봉행일을 한글날에서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해 매년 정부의 국가행사로 거행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숭모제전의 주빈으로 여러 번 참석하기도 했다.

2008년과 2009년 제례 고품격화와 왕릉 관광활성화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던 이창근 문화칼럼니스트는 "오늘 문체부 장관께서 말한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체험하고자 하는 열기, 그것이 곧 한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의 힘은 국가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이제 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세종대왕의 탁월한 창조정신과 숭고한 애민정신이 서린 이곳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이 세계인의 명소로 콘텐츠산업, 관광산업과 연계한 신한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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