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생활 속 거리두기와 함께 초등 아들을 등교시켜 주어야 한다. 그런데 전과 같이 차로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고민된다. '민식이 법' 때문이다.

초등 3학년 아들은 천방지축이다.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인다. 그러니 학교 300m 내에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을 만들어서 안전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공감이 가고, 민식이법 취지는 이해 간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자는 '30㎞ 이상'으로 달렸거나 또는 '어린이 보호의 안전의무 위반'의 경우 처벌된다. 논란의 쟁점은 '어린이 보호의 안전의무 위반'이다.

주의의무 위반 시 과실범으로 처벌되는데 다수설과 판례는 평균인표준설에 따른다. 이때의 평균인은 '실수도 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조심성 있는 평균인'을 말하고, 차량 운전은 업무상 과실이므로 조심성을 뛰어 넘는 '신중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판례는 자동차 운전의 경우 보행자의 불시 횡단이나, 차도에 뛰어드는 경우까지도 예견해야 한다고 한다. 더욱이 스쿨존이다. 운전자에게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고가 나면 운전자 무과실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스쿨존 운전사고가 민식이법 시행 후 55% 감소되었다면서 긍정적 효과라고 하는 뉴스도 있지만 코로나19로 등교를 하지 않은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스쿨존에서 단 1명의 어린이 사고가 발생해도 과잉처벌 위험성이 존재하며, 위험성에 비례한 엄청난 변호사 비용으로 인해 무전유죄를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자 사상의 경우 운전자를 패가망신하겠다고 만든 것이 일명 윤창호법이다. 그 윤창호법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11이고, 바로 뒤에 민식이법이 제5조의12로 규정하며, 제5조의3에서 뺑소니 운전 사고를 규정한다. 피해자 사망의 경우 민식이법 형량이 뺑소니 운전 사고보다 조금 낮고 음주운전 사고와 같다. 다른 죄와 비교할 때 특히 고의범과 대조하면 형량이 균형을 잃었음은 분명하다.

과실은 고의와는 전혀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형법은 과실범은 징역이 아닌 금고형을 부과하는데 유독 민식이법은 징역형을 부과한다. 민식이법은 과실범을 고의범과 같게 취급하며, 일반 국민이 운이 없으면 바로 패가망신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한다. 이미 국회 법사위 검토 보고서에는 '개정안에 따를 때 죄와 형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논란을 예상했다.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스쿨존에서 벌은 가혹하도록 부과할 것이라면 국가는 예방을 같이 고민했어야 한다. 스쿨존에서 인도와 차도를 차단시킴은 물론 불측의 가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로 색을 연두색 등으로 바꾸는 입법을 했어야 한다. 민식이 부모님이 생각할 문제가 아닌 법률을 만드는 국회에서 고민했어야 한다. 사고는 예방이 먼저임에도 민식이법은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겠다는 전근대적인 사고의 발상에서 비롯된 법이다. 민식이 부모님도 어떤 아이도 다치지 않기를 바란 것이지, 사고가 나면 운전자를 패가망신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아이러니한 것은 어린이를 등교시켜 주는 부모가 민식이법 처벌의 위험성에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스쿨존 사고가 나면 해당 초등학교에서 두 집의 학부모가 눈물을 흘릴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초등 아들의 등교를 차로 시켜 주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누구든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나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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