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괴산 산막이옛길 유람선 운행 모습

괴산 칠성에 위치한 산막이 옛길은 산세와 물길이 어우러진 수려한 풍경에 선인들의 자취가 담긴 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한 관광지다. 길도 어렵지 않고 고즈넉한 정취속에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더해져 한해 이곳을 찾는 발길이 백수십만명에 이른지 오래다. 몇해전부터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충북은 물론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걷기 명소로 알려져있다. 그런 까닭에 지역주민들조차 발걸음이 쉽지 않았던 이곳은 지금 수백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상가는 물론 입구까지 도로가 포장되는 등 손님맞을 채비가 되어 있다.

그런 산막이 옛길이 손님들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다. 방문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꼭 필요한 주차장을 막아 관광객들이 되돌아 가거나 도로변에 차를 대는 등 적지않은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시설공사 등 납득할 만한 까닭이 아닌 토지소유주와 운영자간의 다툼에서 비롯된 일이다 보니 웃음거리를 넘어 지역 대표 관광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전체 주차장 가운데 일부라지만 일부러 방문한 이들로서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끌어들여도 시원찮은 판에 오는 손님을 내쫓는 꼴이라니 관광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처럼 농기계로 주차장을 막고, 출입금지 현수막을 내거는 등 보기에도 불편한 풍경으로 인한 피해는 괴산군과 산막이 옛길의 몫이다. 당장 방문객들의 불편함과 인근 상인·운영 조합측의 불이익을 따져볼 수 있지만 조금 더 길게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분명해진다. 어떤 이유로든 오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일회성 불편함이 아니라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지역의 오점이 된다. 특정인들로 인해 지역 전체가 욕을 먹는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그것도 더 나은 친절과 편안함을 주기위해 노력해야 할 관광지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걷기 명소로 전국적인 이름을 얻었고, 이로 인한 금전적 수입 등의 혜택을 받았다면 그에 걸맞는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 내 땅이고 우리 동네라고 해서 내맘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하물며 행정기관에서도 관광지 운영을 위한 도로포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에 적지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제 산막이 옛길은 일부 지역민들만의 것이 아닌 괴산의 것이며 군민 모두의 것이다. 옛길을 꾸미고 유지하는 일도 온전히 군민 세금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환경뿐 아니라 인심까지 살기좋은 괴산의 이미지를 만들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다.

더구나 지금은 불협화음과 내부 갈등으로 문제를 노출시키거나 키울 때가 아니다. 코로나19의 한파로 지역들도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관광을 비롯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한줌의 노력이 아쉬운 판에 집안 다툼으로 빗장을 내건다면 제 발등을 찍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 산막이 옛길과 관련된 운영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여러 문제가 제기됐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렇지만 감당하기 쉽지 않은 풍파가 밖에서 몰아치면 이에 대한 대비에 힘을 모으는게 순리다. 집안의 구멍은 그 다음에 막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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