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지방자치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를 두고있는 풀뿌리민주주의다.

충주시가 시의회로부터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받지않은 채 옛 한전수안보연수원을 매입한데 대한 비난이 커지자 조길형 충주시장이 두번이나 공개사과를 했다.

조 시장은 지난 14일 열린 정책토론회의에서 "한전연수원 매입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시의회 승인을 누락한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충주시의회와 시민들께 누를 끼치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18일에도 기자회견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충주시민 여러분과 충주시의회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잘못을 인정하는데 관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던 조 시장이 두 번씩이나 공개사과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조 시장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조 시장은 옛 한전수안보연수원 매입을 자신이 직접 결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 사업과 관련, 시의회에서 부결된 적이 없었고 부결될 줄 몰랐기 때문에 직접 결재했다"고 말했다.

시의회가 승인할 것으로 믿고 결재했다는 말이다.

경찰 고위간부 출신으로 철저한 법 집행에 앞장섰던 그가 한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내용이다.

사전 예측을 통해 행정을 수행한다는 말은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다.

조 시장은 "(매입문제를)결재한 후 공유재산관리계획이 시의회에서 부결된 것을 알지 못했고 시의회가 회기 중이던 지난달 21일에야 담당 공무원을 통해 알게됐다"고 밝혔다.

충주시가 옛 한전수안보연수원 매입금액을 전 소유자에게 넘긴 시점은 3월 30일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시 조 시장은 시의회에서 공유재산관리계획이 부결된 사실조차 모른 채 27억2천만 원이나 되는 매입금액을 결제하도록 지시했다는 말이 된다.

또 담당 공무원들은 조 시장에게 시의회에서 부결된 사실을 몰래 숨긴 채 결재를 올렸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직원들은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를 한 것이고 조 시장은 스스로의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충주시의 보고체계는 물론, 행정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마저 의심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4월 임시회에서 매입사실을 알았다고 밝힌 조 시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그는 "(담당공무원들에게)모두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지시했고 당연히 얘기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아주 궁색한 답변이다.

이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라면 부하직원에게 지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나서 시의원들에게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정중하게 사과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평소 시의회를 대하는 조 시장의 시각이 반영된 것 같아 씁쓸하다.

조 시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또 있을 수 있는 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다고 약속은 못한다"고 말했다.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하는 말이다.

적어도 공개사과를 하겠다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한 시장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혹시 조 시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사과는 통렬한 자기 반성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의 가치를 존중할 때 스스로의 가치도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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