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 기자들에게는 이른바 시기에 맞는 땟거리라는 게 있다. 크게는 대선, 총선, 지선, 국정감사가 대표적인 땟거리일 것이고, 지방에서도 각 선거는 물론 행감, 시정질문도 빼놓을 수 없는 땟거리로 볼 수 있다.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매년 빠지지 않았던 광역·기초의회의 국외출장도 빼놓을 수 없는 땟거리 중 하나다. 이들의 국외출장은 외유성이라는 근본적인 지적 외에도 예천군의원 가이드 폭행, 천안시의원 호텔 내 흡연 벌금 등 낯부끄러운 사건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이 단골 메뉴가 사라졌다. 평시라면 후반기 의장단 구성 이전에 어떻게든 나가보려고 할 텐데 코로나19로 국외입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자 누가 어디로 어떻게 나간다는 기사가 싹 사라졌다. 오히려 국외출장 비용을 반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은근히 코로나19 감염의 위험과 자가격리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외교부를 설득하고 상대 국가를 설득해 반드시 국외출장을 관철시키는 광역·기초의회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심리가 발동하기까지 한다. 그 정도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고 가는 국외출장이라면 꼭 필요한 사안일 테니 말이다.

오래전 천안시의원을 지냈던 한 인사는 "꼭 필요한 국외출장을 떠나고 국외출장에서 얻은 정보와 노하우를 시정에 대비할 수 있는 건 시의원으로서 행운이다"면서 "다만 그런 일은 극히 드물고 어차피 세워진 예산을 불용하는 것이 아까운 심리가 의원들을 매년 해외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제7회 지방선거를 통해 광역의원이 된 사람은 824명, 기초의원이 된 사람은 2천926명이다. 각 지역마다 지원비용이 다르지만 이들이 모두 국외출장을 떠난다고 했을 때 최소 매년 40억원의 시민 세금이 투입된다.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3천750명 중 꼭 필요한 국외출장의 기회를 얻어 40억원의 가치를 하는 광역·기초의원이 단 1명이라도 나오길 바란다.

부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광역·기초의원의 국외출장이 땟거리가 될 때 의원님들은 100여만원의 부담이 아닌 40억원의 부담을 안고 국외출장에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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