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변화시킨 '1천시간의 봉사'

집수리 봉사왕 이동현 소방관이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은 수어를 취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집수리 봉사왕 이동현 소방관이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은 수어를 취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청주서부소방서 이동현(31) 소방사는 1천 시간 집수리 봉사를 달성한 충북소방 봉사왕이다. 취미로 시작한 봉사가 삶의 일부가 됐다는 그의 이야기는 코로나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편집자

"대학시절 우연히 시작한 봉사활동, 지금은 제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지난 2019년 2월 소방에 입문해 화재진압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현 소방사는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봉사활동'을 통해 직업도 바꾼 천생 '봉사왕'이다. 봉사 수해자를 위해 흘렸던 그의 땀방울은 이제 충북도민의 안전을 위해 쓰이고 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시절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친구와 함께 충북 음성군에서 첫 봉사를 시작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일명 스펙쌓기에 매진하고 있을 때였어요. 친구가 계속 권하기에 별 생각 없이 손 하나 보태고 와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나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소방사가 참여한 봉사는 허물거나 낡아 생활이 어려운 집을 수리해주는 봉사였다.

"현장을 가보니 이런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셨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벌레가 우글거리고 벽지와 장판 곳곳에는 곰팡이가 가득했죠. 처음이라 요령은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봉사에 참여했어요."

서툰 솜씨였지만 이 소방사의 땀방울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집은 금세 말끔한 모습으로 변했다. 이러한 모습에 이 소방사는 단순히 '봉사를 했다'는 만족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단장된 집을 보고 기뻐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가슴에 남았어요. 특별한 기술도 없던 제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묘한 짜릿함을 느꼈죠."

이후 전국을 무대로 봉사활동을 이어간 그는 1천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봉사 시작 후 2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취직도 했다.

"졸업을 하고 전공에 맞춰 건축사무소에 취직하게 됐어요. 그런데 뜻밖의 문제에 부딪히게 됐죠. 건축사무소 특성 상 사무실 앞에서 종일 업무를 보다보니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어요. 활동적인 성격인 제게 사무실 책상은 너무 좁고 답답한 공간이었죠."

취업난 속 바늘구멍을 통과했던 그였지만, 결국 1년 만에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다시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퇴사를 준비하면서 어떤 일을 해야 평생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사무실보다는 현장을 다니고, 나의 일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죠. 그래서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오자마자 독서실로 향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심이었던 만큼 이 소방사의 노력은 남달랐다.

"학원을 다니며 단계를 밟아가며 시험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과 여유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인터넷 강의를 통한 독학을 선택했고, 독서실을 나오지 않았죠."

주변에서 지독하다고 할 만큼 독하게 공부한 그는 퇴사 1년여 만에 당당히 소방 시험에 합격하게 된다.

"아직은 소방관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보니, 봉사활동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었어요. 그래도 여름이나 겨울 휴가기간에는 시간을 내서 참여하고 있어요. 예전처럼 1~2주씩 시간을 내는 봉사까지는 아니지만 2~3일 시간을 내서 일손을 돕고 있죠. 또 봉사경험이 많다보니 신입 봉사자 등에 대한 교육도 맞아 하고 있습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이미지가 좋다보니 많은 분들께서 멘토 역할을 부탁하세요."

이 소방사는 안전시설에 대한 점검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직업이 소방관이다 보니 집수리 과정에서 설치해 주는 화재경보감지기 부착이나 소화기 위치 등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아요. 제 전문분야이기도 하고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보니 대학시절보다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방사는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돼 현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봉사활동이 여러 사람이 모이고, 대면하는 일이다보니 활동자체가 멈춰있어요. 그러다보니 간절한 손길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도움을 못 드리고 있죠. 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어려운 분들을 찾아뵙길 바라고 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봉사가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된 이 소방사는 올해 여름휴가도 봉사단체와 함께 하는 집수리 봉사투어로 계획했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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