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지금이 몇시야? 이제 휴대폰 그만 안해?"

조카와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밤 10시만 되면 언니의 불호령 소리를 듣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는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휴대폰이 아직 없었을지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 1위가 휴대폰 이었지만 언니는 아직은 특별히 필요가 없으니 중학생이 되면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니 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자 언니는 어쩔수 없이 얼마전 조카에게 휴대폰을 개통해줬다. 조카는 그게 그렇게도 기뻤는지 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 개통을 알렸다.

그러나 문제는 요즘의 휴대폰은 예전처럼 전화나 문자의 연락 도구가 아니라 게임과 유튜브 시청 등 하루종일 손에 끼고 살아가는 어찌보면 족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휴대폰이 손을 떠나 있거나 잠시라도 시야에서 벗어나 있으면 어찌할줄을 몰라하며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조카도 휴대폰이 생기자 화장실 갈때도 휴대폰을 가지고 간다. 그러던 어느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휴대폰으로 유튜브 게임 채널을 켜놓고 있는 것 아닌가.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할머니가 "공부하는데 유튜브는 왜 켜놨어? 그렇게 하면 공부가 돼?"라며 지청구를 날렸다. 그러자 조카는 "할머니 이거 켜놔도 상관 없어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라며 할머니의 말을 무시하듯 흘려보냈다.

20일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가 충북도민 271명을 대상으로 '2020 가족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충북도민 47.2%가 가족간 평균 대화시간이 30분도 안됐다. 10분 미만도 10.4%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 모두 개인별 휴대폰을 갖고 있는 시대에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어도 각자 휴대폰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가정에서 스마트폰, SNS 이용 시간은 1시간 이상이 가장 많은 39.1%를 기록했다.

가족 간에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는 TV,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이 39.9%로 첫손에 꼽혔다.

가족만족도가 높은 이유로는 '가족과 유대관계'가 49.1%로 가장 컸고 가족에 대한 불만족 이유로는 '의사소통문제'가 49.2%였다.

가족간의 대화가 높아질수록 가족만족도 점수도 함께 높아졌고 반대의 경우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특히 가정 내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따라 가족만족도가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스마트폰 사용이 가족 분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을 바꿔보자. 아이가 휴대폰 게임에만 빠져 있다고 화부터 내기 보다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럼 네가 하는 게임 나한테도 알려줄 수 있을까?'라며 접근해 대화와 공감대를 형성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상대의 관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관심을 받는 만큼 자신이 할 일들에 대해 스스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여기까지는 아니어도 관심사를 통해 소통이 시작되면 가족간의 공통 대화 소재도 늘어나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길 것이다.

이런 과정속에서 휴대폰 사용 시간에 대한 약속과 공부 등 다른 일들에 대한 책임감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어떤 주제가 됐든지 가족간 대화 시간을 늘려 가족만족도를 높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과는 충분할 것이다. 가족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무엇을 마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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