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5년 전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예견한 바 있다. 한 강연에서는 향후 몇십 년 내 1천만 명 이상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를 꼽았다. 2년 전인 2018년에는 전염병 유행이 임박했다고 경고하면서 이에 대해 전쟁 준비하듯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런 전염병이 20년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집단감염은 현 추세로 미뤄볼 때 급격한 확산으로 번지지 않고 방역망 통제범위 안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과는 달리 전 세계 코로나19는 아직 확산세다. 중동과 유럽, 미국에 이어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기세를 떨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에 4~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사회를 떠나지 않고 또 하나의 엔데믹(endemic, 풍토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문제는 경제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충격에 의한 경기의 조기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조만간 기준금리를 재차 내릴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경기 하강의 규모와 속도는 현대 역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침체보다 훨씬 나쁘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집단이 올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이익은 줄었지만 투자는 22%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조사 대상 59개 대기업집단 중 투자를 늘린 곳이 34곳에 달했고, 계열사 373개 사의 절반이 넘는 190곳도 작년에 비해 투자액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새로운 블루오션도 등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서비스 모델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서비스업 전반에 피해를 줬지만, 다른 측면에서 서비스업의 혁신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요즘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이 살아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스닥시장의 강세는 바이오, 헬스케어, 언텍트(비대면) 업종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의 코스닥 상장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충격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불확실성은 공급망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경제 재편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의 해법을 찾기 어려운 전대미문의 시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절실하다.

최근 발간된 '룬샷(LOONSHOTS)'의 저자는 자신을 '타고난 물리쟁이'라고 소개하는 물리학자이자 암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의 CEO 출신이다. 이론물리학자의 안목으로 기업의 운명을 관찰하고 이를 물리학의 '상전이(phase transition) 현상'으로 풀어냈다.

위대한 아이디어와 제품에는 하나같이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룬샷)'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전쟁·질병·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끈 아이디어였음을 강조한다. 성공의 비결로 외면받기 쉬운 룬샷이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떠돌아다니며 '잭팟'을 터뜨리도록 해주는 조직의 구조(시스템)를 들고 있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현재의 어려운 국면에서 창의적 문화(괴짜들)와 효율적 시스템(경영자)이 어우러져 선순환하는 '룬샷 배양소'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너무 특이해 허무맹랑한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포착해 이를 구조적으로 육성하는 방식을 과감히 시도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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