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칼럼] 최동일 논설실장

얼마전까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부문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과 전체 TV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속에 방송됐다. 불륜을 소재로 부부관계를 다룬 작품이었는데 여기서 외도를 하다 걸린 남자의 대사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정이 있는 기혼자들의 또다른 사랑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가족이란, 부부란 공동체는 얼마나 취약한가. 부부라는 영역을 넘어 갈수록 공동체의 질서보다 개인적 선택이 강조되는 요즘의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이기도 하다.

드라마 주인공의 말처럼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닐 수 있지만 이를 잘못 표출하면 죄가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그 때부터는 죄인 것이다. 어느 누구도 경계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어떤 공동체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켜져야 할 질서가 필요하다. 이 드라마에서 특정한 하나의 상황뿐 아니라 여러 유형의 남녀관계가 등장하다 보니 이런 생각에 이른다. 공동체의 틀이 깨지면서 파국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남자주인공 못지않게 공동체를 무시한 개인적인 선택으로 파국을 맞고 있는 이들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이끌어 왔던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 한일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 정도로 의미있는 일들을 해왔다는 데 이의를 생각은 없다. 그러나 보듬고 지켜줘야 할 이들을 무시하고 외면했다는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 드러난 돈 문제만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기부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남들에게 떳떳하게 경영상태를 밝히지 못할 정도라면 지켜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보는 눈들도 있지만 비슷한 공동체들이 회계 투명성에 더 특별히 민감한 이유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의연측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큰 잘못이 없다는 식의 반응이다. 거듭되지만 제자리 수준인 해명은 '당초 목적에 열중해 일을 하다 보니 소소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이 정도는 죄가 아니지 않느냐'는 말로 들린다.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위선과 내로남불, '여자 조국'이라는 별명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듯 싶다. 이런 상황을 '부부의 세계'로 보자면 불륜인 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단죄가 느슨해져 상간자라는 보도 듣도 표현으로 별일이 아닌 것이 돠어버렸지만 그렇다고 도덕적, 심정적 가치 기준마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젊다는 이유로 개인방역을 무시해 주변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준 전파자들의 잘못은 말할 필요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일로 드러난 성소수자들의 일탈이다. 그들의 성 정체성이 아니라 공동체 질서의 틀을 무시한 무분별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들의 말처럼 외부에 의해 정체성이 드러나는 '아웃팅'이 감염병보다 무섭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이 뒤따랐어야 한다. 일부에 국한됐어도 쾌락을 위한 선택은 우리사회를 위협하고 그들만의 공동체를 더 어둠으로 몰아갈 뿐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여럿의 뜻과 힘이 더해졌다면 앞장선 사람이라도 내맘대로 하는 것은 죄가 된다. 성적 취향이 특별하게 같은 이들끼리 즐기는 것도 공동체가 수용할 수 없다면 죄가 된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랑이라도 주변을 해치고 상처를 주면 죄가 된다. 개인적 선택은 존중받아야지만 공동체는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아픔을 안긴다면 합당한 이유조차 힘을 잃게 된다. 하물며 개인적인 이유라면 아무리 포장을 한다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기혼 연애'가 일부 용인된다고 해도 판을 깨면 되돌릴 수 없다. 부부의 세계가 보여준 결말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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