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성현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 의원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것이 한 두가지도 아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한 두번 들어본 것도 아니니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어쨌든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분명히 나뉘게 되었다. 그동안 사스도 있었고 메르스도 있었지만 어떤 감염병도 우리의 일상을 이토록 옴짝달싹 못하게 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전 국민 지급에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며 버티다가 결국 소득 상위 30%를 포함한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다. 사실 돈을 주겠다는데, 그것도 코로나19로 혹독한 댓가를 치른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돈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만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긴급재난지원금에 투입되는 예산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텐데 하루가 급한 다른 사업들은 어떻게 할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온 나라가 한참 시끄러웠던 지난 4월 초 노인복지업무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한노인회 청주시지회장님과 4개구 분회장님 등 우리 시 어르신들을 대표하는 분들이 참석하신 이날 간담회에서 생각지 못한 의견이 나왔다. 코로나19로 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 우리 노인들을 위한 예산을 청주시에서 더 시급한 곳에 써달라는 것이었다.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밤이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만든 나라인데 다시 위기로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매년 추진하는 노인의날 위문 사업비를 내놓으셨다. 참석하신 어르신들은 어려서는 한국전쟁을 겪고 중년이 되어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라는 큰 고비를 넘으신 분들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시작된 일생이 녹록했을리 없다. 불굴의 의지로 잿더미가 된 나라를 일으키고 초인적인 인내로 국가가 처한 위기를 극복해왔다.

태생부터 순탄치 않은 삶이었을 테니 더러 내 것을 억척스럽게 챙긴다 해도 누구도 탐욕스럽다고 탓하지 못할 세대가 바로 이분들이다. 그런 어르신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당신들 몫을 선뜻 양보해 주셨다. 10월 노인의 달에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만원씩 상품권을 나눠드리던 그 예산이다. 올해 책정됐던 예산 11억4천만원은 어르신들의 귀한 뜻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값지게 쓰일 예정이다.

만원은 적다면 적은 돈이다. 만원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일 수 있다. 그러나 늘 받던 것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을 나라가 어려우니, 국민이 곤경에 처했으니 시 재정에 보태달라며 양보하는 것은 용단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안성현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 의원
안성현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 의원

더구나 그것이 천원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는 어르신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아름다운 양보를 해주신 11만4천여 어르신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요즘 '덕분에 챌린지'가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청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여기에 새로운 해시태그를 달아본다. 청주시민은 오늘도 안녕합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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